맹자(孟子)는 제후(諸侯)들에게 왕도(王道)를 가르치면서 ‘천시(天時)는 불여지리(不如地利)요, 지리(地利)는 불여인화(不如人和)’라고 하여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못하고 땅의 이득도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고 설파했다.
이말은 곧 ‘때가 아무리 좋아도 주어진 여건만 못하며 주어진 여건도 사람이 화합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민심(民心)을 얻지 않고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깊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선거는 꿈도 꿀수 없던 절대군주시대에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사상을 일찌기 갈파한 맹자의 혜안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데 민심이란 묘한 구석이 있어 정의와 붙의 선과 악, 사랑과 미움 겸손과 아집 등이 함께 공존하는 바람에 그 형체를 알아보기가 쉽지않다. 더구나 민심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속성이 있어 그 속을 헤아리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러나 정치는 민심을 떠나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민심이 부정적이든, 파괴적이든, 이기적이든 숫자가 많은 쪽을 쫓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기끔은 정치판이 개판이 되기도 한다.
8.8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1대2로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도 16개 광역단체 중 11개 지역을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특히 지방선거 부활 이후 계속 차지하던 서울시장 자리마저 내주는 것을 보면 민심이 돌아서도 단단히 돌아선 모양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은 대통령 아들들의 떳떳치 못한 돈거래와 수시로 터지는 권련형 비리가 집권여당으로 부터 등을 돌리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탓할 수있겠는가마는 혹시 민심으로 포장된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은 아닌지, 아니면 부풀려진 여론에 국민들의 판단이 잠시 흐려진 것은 아닌지 조금은 헷갈리는 대목이 있다.
‘혹시나’하다가 융단폭격을 당하더니 이제사 민주당이 정신을 차리려는가 보다. 당 수뇌부가 전원 사퇴한다느니, 신당 창당을 결의한다느니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와중에 민주당의 어느 당직자가 “민심은 수시로 변하니까 언제가는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정치적이해득실에 얽매어 파벌이나 조성하고 내앞에 큰 감이나 놓으며 다투는데도 민심이 돌아올까?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