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거짓말 共和國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않고 살아 갈수는 없다. 인격의 높낮이나 직업의 귀천을 가릴것 없이 누구나 무의식중에라도 거짓말을 한다. 가령 우리가 일상 하는 말로 ‘배 고파 죽겠다’든지 ‘골치 아파 죽겠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배가 조금 고프거나 골치가 아프다고 금방 죽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거나 ‘노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말, 장사가 ‘밑지고 판다’는 엄살도 모두 밉지않은 거짓말이다. 외교관은 허가받은 거짓말쟁이라고도 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거짓말은 치료에 도움을 줄수도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또는 다른 사람들을 감싸주기 위해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우리 속담에도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낫다’거나 ‘거짓말도 잘하면 논 다섯마지기보다 낫다’고 했듯이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은 사회생활에 윤활유 역할을 할수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그 거짓말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익을 해치는 경우의 폐해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판과정의 위증사범이다. 대검공판송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검찰에 적발된 위증사범이 2백82명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85.5%나 증가했다한다.

 

재판에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거나 이를 교사한 사람들의 숫자다. 남을 헐뜯는 무고나 사기사범도 급증해 그 수가 이웃 일본에 비해 수백배에 이른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작 거짓말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공직자나 사회지도층 인사, 정치인등의 경우가 훨씬 심하다. 빤히 드러난 사실을 두고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 뒤집기나 궤변을 늘어놓는 일이 다반사다.

 

멀리는 환란(換亂)·옷 로비 의혹·한보청문회등에서 지겹게 목격했고 엊그제는 서해교전사태와 마늘파동에서도 국민들을 실망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기다가 요즘에는 정치권이 죽기 살기로 매달려 싸우고 있는 이회창(李會昌)씨 아들 병무비리사건이 거짓말 공방의 백미(白眉)가 되고 있다.

 

영국의 성직자 헤어라는 사람은 ‘가장 악질적인 거짓말쟁이는 진실에 가까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갈파한바 있다. 그렇다. 지금 김대업(金大業)씨나 이회창씨 둘 중 한 사람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검찰 수사로 사건진상이 명백히 밝혀질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진실은 하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