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TV방송의 시트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의 손가락 제스처가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동료 직원들의 궁금증 섞인 질문에 집게손가락(人指)을 볼에 살짝 대며 ‘비밀’하고 시치미를 뗀다. 그게 장난스럽고 귀여워 웃음을 자아 내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의사 표시로 손짓이나 발짓을 하는 일은 동서양(東西洋)이 같다. 하지만 그 구체적 용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면 아버지나 사장, 보스를 뜻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오케이사인으로 이해한다.
인지를 세워 콧등의 오른쪽에 대면 연극에서는 비밀이라는 신호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위험신호가 된다. 엄지와 인지로 동그라미를 지어 보이면 우리는 돈을 뜻하지만 남유럽 사람들에겐 섹스로 통한다. 우리는 ‘노’탈 때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대신 네팔 사람들은 ‘예스’할 때 고개를 왼쪽으로 삐딱하게 흔든다.
이런 제스처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것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처칠의 V자 사인이다. 그는 엄지와 인지, 또는 인지와 중지를 펴 V자 사인을 보였는데 그 뜻은 ‘빅토리’(Victory), 즉 승리 또는 평화를 뜻하였다.
처칠이 처음 사용한 이 사인은 국가 원수나 정치인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심지어 재판을 받거나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피의자들까지 결백(?)을 주장 할 때 이 사인을 쓸 정도다.
그러니 이제는 좀 진부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승리 사인은 손바닥을 밖으로 하는것이 제 뜻이고 만일 손바닥을 안으로 한다면 이는 섹스를 의미한다고도 한다니 주의 할 일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이 V자 사인을 먼저 하고 싶어 안달(?)인것 같다. 여·야가 병역비리 의혹을 두고 벌이는 사생결단식 공방이나 일부 증진 정치인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 정몽준 의원의 독자 신당 행보등이 모두 그렇다.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의 병역공방은 가관이다.
서로가 국민은 우리 편이란듯이 말끝마다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핏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민심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엎어버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한다. 그게 역사의 교훈이다. 지금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 화려하게 V자 제스쳐를 쓸지는 몰라도 다수 국민들의 심중속에는 ‘노’라는 제스쳐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