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양주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는 위스키나 브랜디는 오크통속에서 숙성된다. 그 숙성기간에 따라 등급이 매겨 지는데 보통 15년이상 묵혀야 고급으로 대접 받는다.
오래 익힐수록 향이나 색갈이 좋고 맛도 한결 부드러워 지기 때문이다. ‘술과 친구는 오래묵을수록 좋다’는 서양 속담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우리는 양주 하면 대충 그게 그것 정도로 알기 쉽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우선 원료부터 다르다. 위스키는 보리·맥아·밀·옥수수등을 발효시켜 증류한 것이고 브랜디는 포도나 사과 자두같은 과일이 원료다.
그 발효방법이나 유래가 워낙 천차만별이나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한가지, 오크통속에서 숙성시키는것만은 같다. 독특한 술맛의 비결이 그 통속에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위스키 가운데는 이름난 명품이 많다. 40년 짜리 로얄 살루트는 병마개에 고유번호를 붙여 주문판매 한다. 35년 짜리 인버 하우스 같은것은 한 해 7백80병만 생산될 정도로 희소하다.
브랜디 가운데도 잘 알려진 헤네시나 마르텔 같은 술이 이런 반열에 들며 세관 통관 과정에서 심심치 않은 화제를 불러 모으는 루이13세 같은 술은 병 뚜껑이 14금으로 도금될 정도다.
이런 정도의 고급 양주라면 그 값도 당연히 엄청나게 비싸다. 한 병에 보통 몇십만원에서부터 몇백만원 짜리가 수두룩 하다. 가난한 셀러리맨의 한 달 봉급이 훨씬 넘는 액수다.
세계적으로 동양 사람들이 양주를 선호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주 마시기를 좋아한다. 맥주잔에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는 음주습관이 그런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고급 승용차나 골프채 위스키 수입이 늘어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데도 멈출줄 모르는 이런 사치낭비 풍조를 어떻게 해야 바로 잡을까.
요즘 추석을 맞아 고급양주가 선물용으로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한다. 고급 백화점 같은데서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도 한다.
서민들이 제수용 북어 한 마리, 과일 한 바구니 값을 주머니속에서 헤아리는 마당에 있는 사람들의 이런 행태가 어떻게 비쳐 질까. 더구나 지금 태풍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제사상 차릴 일조차 힘들어 하고 있다는데 말이다. 지금은 절제와 겸양, 이웃을 살피는 미덕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