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과소비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과 미-이라크 간 전쟁 가능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실상 세계 경제를 끌고 가는 미국의 장기 불황은 나스닥 지수를 6년만에,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를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유럽 증시와 아시아 증시 까지 뒤흔들고 있다.

 

더구나 미국 경제의 절대적 영향권 내에 들어있는 한국 증시는 미국발 악재가 터질때마다 맥을 못추고 비틀거리고 있다. 도대체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안타깝게도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경제의 재침체와 미-이라크전 장기화 우려, 유가 불안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전성 증대, 그리고 부동산 거품 제거와 대통령 선거 전후의 정책 혼선 때문에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한치 앞을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내 소비지출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청방지축 날뛰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차입성 소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발표한‘가계의 소비지출 동향과 특징’에 따르면 올 2·4분기 외상 및 할부구매와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통한 가계의 차입성 소비는 7조9천4백45억원으로 전체 소비의 9.1%를 차지했다. 지난 98년의 -4.7%, 99년의 3.1%, 2001년의 6.5%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진 수치이다.

 

더욱이 올들어 수입자동차와 모피의류 가전제품과 같은 고급 사치성 수입품 소비가 작년 보다 배이상 늘었다니, 국가 경제 좀먹고 자신을 망치는 과시형 소비행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걱정이 앞선다.

 

카드로 명품 구입에 열을 올리다 접대부로 전락하고, 카드빚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는 것이 어찌 남의 일 일수만 있겠는가.

 

서울대학교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대회(4∼5일,COEX)에서 정운찬(鄭雲燦) 서울대총장은 “한국 경제의 장래는 그리낙관적이지 않으며, 언제든지 환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IMF구제금융을 받은 나라 중 82.5%가 또다시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아무리 잊기 좋아하는 국민이라도 국가 환란사태가 얼마나 참담했었던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튼튼한 경제는 건전한 소비로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