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556돌 한글날

 

 

 

한글은 한(韓)나라의 글, 세상에서 첫째 가는 글이라는 뜻이다. 세종대왕이 우리민족 최대의 문화유산을 창제할때 그랬다.

 

사람이 하는 말을 맛과 향과 결을 살려 그대로 글로 옮겨 놓을수 있는것은 지구상에 오직 한글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유네스코가 한글을 지구 문화유산으로 지정한것도 당연하다.

 

그런 우리 한글이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있다. 오래된 일이다. 1932년 5월 조선어학회가 펴 낸 학술지 ‘한글’의 창간사를 보자. ‘한글은 모양이 곱고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글인데 도리어 푸대접하고 짓밟아 버려 아주 볼 모양없이 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때는 일제 강점기로 총독부가 우리 말과 글을 말살하기 위해 광분하던 때이니 그렇다 치자. 그때로 부터 7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어솨요’(어서와요)‘글쿠나’(그렇구나)‘가튼데’(같은데)‘칭구(친구)같은 단어들이 이미 인터넷 온라인상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말을 소리나는대로 줄이고 사정없이 비틀어 버린 이런 말들이 사이버 공간을 휘젓고 있다.

 

뿐만아니라 각종 광고문구나 인쇄매체에도 버젖이 등장할 정도다. 비속어·은어·국적불명의 외래어가 우리 말과 글을 여지없이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비단 인터넷상의 걱정거리만도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어 실력은 1백점 만점에 평균 29.8점 수준이라는 평가 결과도 나왔다. 문롸관광부가 전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문규범능력검사’결과다.

 

이 검사를 맡았던 서울대 민현식교수는 그 원인을 ‘청소년층을 지배하는 인터넷문명과 사회전반의 한글 경시 풍조’에서 찾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장차 세대간 계층간 대화와 의사소통마저 어려워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딱하다. 정부가 어문정책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오늘은 556돌 한글날이다. 우리 말과 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민족의 문화적 잠재력을 한층 다져 나갈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그런데 그런 의미있는 날이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낮춰져 그냥 기념식하고 한글날 노래 제창하는 정도로 끝나 버리고 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기를 바라는 33인 모임’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글날 국경일 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소박한 주장은 ‘한글을 제대로 되접하기 위해서’이다. 그게 그얼게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