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복지부 재직시에 있었던 일이다. 서울 S구에 노인 요양 시설 설치비를 배정 했는데 5년 만엔가 노인 복지관 설치비로 전용 되었다. 이유인 즉 노인 관련 시설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땅값이 떨어지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제 우리 나라도 노령화 사회에 진입(인구대비 7.3%)하면서 노인 문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2020년이면 14%를 넘어 고령 사회가 온다. 선진 유럽은 인구 7%대에서 14%가 되는 기간이 약 100년이 걸렸고 일본이 26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겨우 20년 만에 고령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우리 나라는 국가 경제 개발 계획 중 사회 문제나 복지 문제가 국가 계획에 통합된 것이 `87년 제 6차 경제 개발 계획 때부터 였다. 경제팀이 나라 발전을 주도한 때인 만큼 아마도 경제가 우선한다는 시각에서 그랬을 것이다.
고령 사회가 되면 몇 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첫째 수도권 보다 지방이 노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리라는 것, 둘째 농어촌은 경로당화 될 것이고 셋째 젊은이가 없으니 아이가 없을 것이며 넷째 아이들이 줄면 폐교가 늘어날 것이다.
다섯째 노동시장은 고연령화가 되어 활력을 잃을 수 있다. 여섯째 전통 가족 제도만을 고집하거나 자녀에게 노후를 기대한다는 것도 어렵게 된다. 이외에도 예측 가능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노인 복지 대책은 복지쪽만이 아니라 교육, 경제, 문화 등 종합적인 대응이 나와야 한다. 노인쪽에서 보면 가장 심각한 것이 소득 문제고 (50%정도가 월 20만원 미만으로 생활) 그 다음이 건강이다. 소득이 있고 건강하다 해도 여가를 즐기거나 노동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곳이 드물다.
정부에서는 `99 노인 복지법 전문을 개정하여 경로 연금(60만명에게 월 5만원씩)을 지급하고 노인 의료를 체계화하는 한편 경로 효친 사상을 높이고자 5월 8일 어버이날과 함께 10월 2일을 노인의 날(세계 노인의 날은 10월 1일이나 우리 나라는 국군의 날을 감안한 것임)로 정하여 노인을 위해 애쓴 개인이나 단체들에게 포상을 해 오고 있다.
그 외에도 철도, 선박, 비행기(국내)요금을 할인해 드리고 지하철 무료 승차 등이 이루어 지고 있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미국 아리조나주의 선샤인 씨티(Sunshine City)는 거대한 노인 타운으로 은행, 경찰임무, 백화점 등이 노인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같은 울타리 내에 건강한 노인 아파트, 건강이 약화될 때 옮기는 요양 시설, 치매 시설, 가족이 머무르는 아파트(15일까지 가능) 등이 함께 있다.
이러한 노인 타운 근처엔 외로운 노인들이 이주해와 더 큰 도시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백화점 은행 등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물론, 담세율이 60% 정도 되는 선진국과 담세율이 20% 정도 되는 우리로서 평면적 비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퇴직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젊은 인재만을 발굴하거나 연령으로만 정년을 정하지 말고 분야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직 시키며, 노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지방의 노동 구조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노인 산업 육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노인들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노인 관련 대책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더욱 누적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권리만 요구할 것이 아니고 스스로 건강을 잘 관리해서 지역 사회에 봉사도 하고 건강한 노인이 힘없는 노인들을 위해서 도와 주고 젊은이들을 위한 선생님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식은 한 사회인으로 출발할 수 있을 정도로 도와주고 젊은 날부터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 자기 자신은 물론 훗날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현명한 길이 아닐까 싶다.
효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만든 다는 말도 되새겨 볼만 하다. 요절하지 않는 한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의 노후를 미리 예비해야 할 것이다.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은 하늘이 준 축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