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경찰의 날에 부쳐

 

 

“꼭 해야 할 일은 못하고 하지 말았으면 싶은 일은 반드시 한다.”

 

어찌보면 경찰에 대한 이보다 더 매몰찬 힐난도 없을 것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서운하기 이를데 없겠지만 경찰이 시민생활과 맞닿은 최일선의 국가권력이기 때문에 그런 애증의 교차는 보다 나은 경찰상에 대한 간절한 희원의 반어일지 모르겠다.

 

국립경찰 창설 57주년, 21일 경찰의 날을 보내며 한국경찰이 사람의 일생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을 넘어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연륜임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온갖 비난, 수난 속 본연 업무

 

그동안 강·절도, 유괴, 살인, 부녀자 폭행, 조직폭력배 준동같은 치안문제가 걱정스런 화제가 될 때마다 경찰 역시 개탄의 도마에 올랐던 게 사실이었다.

 

경찰의 능력이 근년들어 줄어든 것도 아니련만, 사회변동에 따른 범죄의 전문화 지능화등이 단순히 경찰의 책임인양 돌려버린다면 그러는 속은 편할지 몰라도 한편 진실은 그만큼 왜곡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달전에 발생한 전주 금암2동파출소내 심야 경관 피살사건은 경찰관서 안에서 근무 경찰관이 끔찍하게 살해됐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명절 방범령 속에서 사건이 발생한데다 권총과 실탄까지 탈취당하는 바람에 제2의 범행 가능성도 있어 주민으로서는 지금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생명도 못지키는 경찰이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고 할수 있을지 의문이 앞설뿐이다.

 

특히 흉기의 크기나 상처 부위와 깊이, 잔인한 수법등으로 미뤄 예사로운 솜씨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단순 강력사건이 아니라 치안의 촉수부분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가 난 파출소에서는 한 명이 소내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전면 실시된 3부제 근무로 인한 경관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장식품에 불과한 사고 파출소의 아날로그 방식 CCTV처럼 낡은 장비나 시설도 문제다. 경찰 인력이 보강되거나 시설·장비 현대화 예산은 정부가 지원토록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사후약방문 격이 됐으나 전북경찰청이 뒤늦게 지방청과 각 경찰서의 사무실에 있는 내근인력을 일부 감축해 현장으로 보내고, 아날로그 CCTV를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키로 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범죄 분위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치안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이 민생치안을 확보하고 테러로부터 이 땅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임을 경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경찰헌장에서 가장 강조되는 덕목의 하나가 ‘봉사’이다. 1829년 근대 경찰의 아버지이자 영국 런던 경시청장을 역임한 로버트 필 경은 경찰의 본령을 ‘봉사와 질서’라고 정의를 내렸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경찰을 고압적인 집단으로 보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신뢰받는 경찰위해 거듭나야

 

우리 경찰이 지금까지 양적·질적으로 큰 발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나 보다 더 주민에게 봉사하고 주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민주경찰’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다.

 

시민의 생활향상과 지역의 발전은 사회가 안정될 때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몫이다.

 

경찰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사기가 투철하고 높아야 함은 물론이다. 경찰의 인력과 장비 부족, 열악한 근무 조건과 사기 저하등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임도 이 때문이다.

 

경찰 스스로 거듭나려는 새로운 각오와 함께 우리는 이들이 ‘진정한 이웃’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경찰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최동성(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