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민족문학인들의 개과자신(改過自新)

 

 

‘개과자신(改過自新)’. 자신을 고치어 스스로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자신의 잘못 보다는 남의 잘못이 커보이는, 그래서 자신의 허물은 허물이 아닌 냥 여기는 요즘, 이 단어는 사전이라는 무덤에 갇힌 ‘사어(死語)’에 불과했다.

 

2002년 11월 10일,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2백50여명 민족문학인들이 이 죽은 언어에 훈훈한 숨결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자신들도 새롭게 거듭났다.

 

굴곡으로 가득한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실천문학에의 의지를 고사시켜 놓았던 민족문학인들이 비로소 침묵에서 깨어나 ‘전주선언’을 채택, 천명한 까닭이다.

 

민족문학인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수많은 독자와 국민들이 민족문학인의 활동을 감시· 비판·견제하라는 통보나 다름없는 이 선언의 배경은 그동안 걸어온 민족문학인들의 행보에서 읽을 수 있다.

 

유신독재와 맞서 처절하게 싸우며 실천문학을 굳건하게 다졌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맥을 계승했다는 작가회의와 민족문학인들은 80년대 이후 나라와 민족을 위한 ‘실천성’을 잃어버린채 방황하고 말았다.

 

본질적인 문제는 언급을 회피한 채 미시적인 문학소재에 빠져버린 민족문학인들은 바르지 못한 현실에 한번도 대응하지 못하고 성명서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민족문학인들의 이같은 침묵은 극우이데올로기 강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독자들의 외면과 문학의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민족문학인들은 이곳 전주에서 ‘곪아야 터지는’것 처럼 오랜 침잠(沈潛)을 되풀이한 끝에 ‘전주선언’을 탄생시켰다.

 

한반도와 세계평화, 그리고 대선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전주선언’은 비록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74년 유신독재에 맞선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터트린 시국선언의 의미와 비견될 만하다.

 

더욱이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둔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표한 정치적 선언은 ‘사회참여형 문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민족문학인들의 의지를 읽어내기에 충분하다.

 

민족문학인들이 보여준 자신(自新)이 자신감(自信感)으로 이어져 사회를 올바르게 바꾸고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이끌어내는 큰 물결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본다.

 

/임용묵(본사 문화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