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오인 총기사망사건을 계기로 전북경찰이 태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경찰청장이 경고조치 되고 관할 경찰서장이 직위해제 된데다 구속 수감된 총기사용자를 비롯한 간부들까지 인사불이익이 불가피해져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번 일은 불과 1개월여 전에 근무중인 경찰관이 파출소 내에서 피살되고 권총까지 탈취당한 사건의 연장선에서 보여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피해자 유가족들은 사건발생 10일이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진상규명 등을 주장하고 나서 과연 사태가 어떻게 종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신뢰 치명적 손상
경찰이 무고한 시민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후 이를 은폐, 왜곡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날조한 사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공권력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민생치안의 파수꾼인 경찰관이 시민을 사살하고 사건을 조작하려한 것은 경찰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 것이다.
전북지방청 한 간부가 사건발생직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범인검거를 도우려 했던 민간인을 강도 공범으로 오인, 권총을 발사하여 민간인이 사망한 결과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자그마한 실수라도 인정하는 자세가 진정한 자존심이 아닐까”라는 심경의 토로는 경찰이 겪는 신고(辛苦)를 짐작케 한다.
그렇지만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형식적으로 약속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일이 이번에도 되풀이돼서는 곤란하다.
그러기에는 이번 사건의 충격이 너무나도 크다. 경찰이 강도쫓는 시민을 사살해서 죽게 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중대 사건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 진솔한 사죄와 성실한 보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일선 치안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경찰의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도 개혁이 필요하면 제도도 서둘러 뜯어고쳐야 한다.
수사기관의 의식개혁이 요구되면 의식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루속히 만들어 실천에 옮겨야 한다.
경찰의 총기사용 제도와 관행 전반을 되돌아보고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범죄가 나날이 흉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찰의 총기 사용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직결돼 있는 실탄 발포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서 제한적으로 행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일반인의 총기휴대가 금지돼 있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경찰관의 초기사용 규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이다.
다급한 현장에서 합리적인 상황판단과 침착한 하향사격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평상시의 부단한 교육과 반복훈련 뿐이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기본적인 정기사격훈련조차 건너뛰기를 당연시하는 풍토에서는 미숙한 경찰관에 의한 불상사를 줄일 수 없다.
'人本 경찰 품질 치안' 기대
경찰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기본에 충실한 국민의 경찰’ ‘인본(人本)경찰 품질치안’을 위해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여 확 부러지도록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찰은 모름지기 근무기강이 생명이다. 명예와 사기를 중시하는 국가의 보루로서 말단 구성원의 하찮은 잘못이 시민생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특수조직이다.
연말을 앞두고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최동성(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