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통지된 2일 전북도교육청은 전반적인 점수하락에도 불구, 도내 상위권 수험생들의 성적은 전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같은 성적향상의 요인으로 도교육청은 최근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된 ‘고입 선발고사’를 들었다.
특히 이날 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일부 단체에서 선발고사 폐지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번 결과를 보더라도 이같은 논의는 차단돼야 한다”고 선발고사 시행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력수준을 단순히 수치상으로 나타난 수능시험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도 없고 또 그같은 방식으로 교육현장에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수능성적을 분석, 도내 고교생들의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도교육청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실제 지난해에 비해 수능 3백30점대 이상 고득점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은 해마다 난이도와 성적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평가 방식인 수능 등급별 전국 점유율을 가늠자로 활용해야 객관적 분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잣대로 볼때 도내 출신 응시생은 전체의 4.17%를 차지했고 이중 수능 4등급이상을 받은 수험생의 전국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3.83%로 응시자 점유율에 미치지 못했다. 또 수능 1·2등급 인원과 전국점유율도 지난해 수준을 밑돌았다.
결과적으로 도교육청은 도내 수험생들의 성적을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고 그 공을 선발고사에 돌린 셈이다. 중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입제도를 완전 내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교육단체에서는 이같은 교육청의 입장을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평했다.
어쨌든 고입 선발고사 존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수능성적 결과를 들어 이 제도가 고교생들의 학력신장에 큰 도움이 됐다는 도교육청의 주장은 확실히 궁색하다.
/김종표기자 (교육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