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규모 청중을 동원한 거리 유세는 눈에 띠게 줄어 들었다. 아니 줄어 들었다기보다 아예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듯 싶다.
후보들이 더러 유세지역 상가나 시장을 돌며 즉석 연설을 하긴 했지만 청중의 숫자는 미미했다. 민주화 이후 우리의 대선 운동방식이 일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증좌다.
전북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대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거리의 열기는 썰렁하다. 이회창후보와 권영길후보가 한차례 유세를 했지만 노무현후보는 아직 방문조착 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 출근시간대에 네거리에서 ‘지지호소 인사하기’에만 열심이다. 마치 지난 6·13지방선거때 모습 그대로다.
엊그제 본지 4컷 만화의 표현처럼 전북은 한나라당에게는 ‘먹지 못할 쉰밥’이고 민주당에게는 ‘언제 먹어도 되는 찬밥’이기 때문일까?
그만큼 지역정서가 특정 정당에 경도돼 있다는 풍자일태지만 대선 기류가 그런 식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이나 비전, 자질을 검증할 권리가 있고 그 과정에서 스킨쉽이라는 친밀한 정치행위를 선호하기도 한다.
역대 선거가 그랬고 그런 정서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것 또한 아니다. 다만 대규모 청중동원으로 세를 과시하는 식의 유세전은 이제 낡은 방식이고 유권자들의 호응 또한 기대이하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대신 97년 대선이후 TV토론과 연설및 미디어를 통한 광고전의 위력은 놀랄만 하다.
특히 지난번 후보단일화를 위한 노무현-정몽준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미디어선거란 이런 것이란 본보기를 제공했다.
단일화를 결정지은 여론의 항배가 이 TV토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후보나 창조연설자들의 방송연설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기회다.
지난 3일의 3당후보 합동연설회는 진행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에 상대방에 대한 방어와 공격에 집중하느라 진지한 정책대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안방에 앉아 세 후보를 검증할수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만으로도 얼마나 민족스런 일인가.
오늘밤 경제분야에 대한 2차 TV합동토론이 또 열린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경제분야에 쏠려있는 시점이다.
지난 1차때와 같이 단문단답(短問短答)식이 아니라 좀더 심도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토론결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느 정도나마 예측할수 있는 그런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