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또 지역감정 망령인가

 

 

‘선거철 고질병인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 나는가’

 

16대 대선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이 또 다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나서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설회에는 이회창 후보를 비롯 당 지도부가 총 출동, 1만5천여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대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지역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부산 민심이 흔들리자 한나라당이 총 공세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 유세장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거침없이 쏟아지면서 과열되기 시작했다.
YS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 전 의원은 이날 유세에서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소개하면서 “노 후보는 극단적 지역주의자다.

 

호남에서 95% 지지를 얻고 부산에서도 고향표를 달라고 한다. 95%의 호남표는 노무현 표냐, 김대중 표냐”며 청중을 자극하고 나섰다.

 

이어 연단에 오른 유흥수 부산선대위원장은 “지난 5년간 지긋지긋 했다. 부산이 더 어렵게 됐다. 노 후보는 김대중이가 보낸 후보이며 호남정권을 이어가는 사람이다. 절대 속아선 안된다”고 토해냈다.

 

유 위원장은 이어 “지난 번에 이인제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노무현 찍으면 김대중이 대통령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한술 더 떴다.

 

이날 유세장에도 ‘노무현 찍으면 김대중 영웅된다’‘노무현은 부산사람 아니다’라는 플랭카드가 곳곳에 내걸렸었다.

 

사실 노무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우려, 호남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왔다. 공식 선거전 돌입이후 전북은 단 한번도 찾지 않아 오히려 도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책대결을 펼치자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지역감정 조장발언을 서슴지 않음에 따라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동서 화합과 국민 대통합의 적임자’라는 후보진영의 케치프레이즈가 무색한 실정이다.

 

/권순택(본사 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