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틀의 여유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시민들이 관광은 물론 문화예술의 향유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자치단체가 공연예술을 활성화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생활권으로 끌어들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주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시의회의 최근 행보를 들여다보면 전주 앞에 늘 앞세웠던 ‘문화예술의 도시’는 이제 포기해야 될 때가 된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의회 사회문화위는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경제논리를 앞세워 문화 관련 예산을 30~50% 일괄 삭감했다.
공예촌 건립 예산과 불과 3년만에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는 등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가하면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각 시설도 특성을 무시한 채 삭감률을 일률 적용해 예산을 대폭 줄였다.
시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시의회는 문화예술을 육성하는 행위자(전주시)와 수용자(시민)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정상적인 역할이자 활동일 것이다.
물론 시 재정의 만성적자 해소와 예산 효율성 제고라는 시의회의 삭감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문화향유보다 민생현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수긍한다.
하지만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되풀이되는 ‘문화예산 삭감’을 지켜보는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지쳤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채 깎아버린 예산을 복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쫒아다니며 ‘애걸복걸’하는 비애까지 갖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문화예술은 경제적 가치보다는 ‘공공의 가치’가 우선되는 분야다.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벌어들이느냐’는 눈앞의 수익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장기적 공익성이 앞서야 한다.
시의원들이 ‘예향’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는 산업이고, 이제는 지역발전의 전략이 되었다. 전국의 각 자치단체들이 너나할 것없이 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자산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자치단체에 비하면 전주는 얼마나 복받은 고장인가.
/임용묵(본사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