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정치배신 국민이 심판한다

 

 

이번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후보의 당선은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크다.

 

그 가운데 사사로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 정치인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교훈은 특히 새겨두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민통합21 정몽준대표는 지난 11월26일 결정된 후보단일화 결과에 승복, 국민들 사이에 가장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약속을 밥먹듯 어기기 일쑤인 정치권에 식상해 있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으며, 장래 리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불과 23일만에 그 약속을 어기고 추락하고 말았다. 정대표가 민주당 노무현후보와 선거공조에 합의하고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한 것은 노무현과 함께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겠다는 약속이었지만, 정대표는 한순간에 이를 묵살해 버렸다.

 

정대표가 2002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인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한 정당의 대표라는 사실이 황당한 일이 돼 버렸다. 

 

정대표는 노후보의 대북정책 등이 자신과 맞지 않으며, 공동정부를 함께 이끌어갈 수 없다는 점을 지지철회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몇차례에 걸친 양측 실무진의 협상 끝에 이뤄진 공조합의인 만큼 설득력 없는 주장이다.

 

이보다는 노후보가 18일 명동 거리유세에서 정대표 지지자들이 ‘정몽준 차차기’라고 적힌 피켓에 대해 “너무 속도위반하지 말라”며 정동영 추미애의원을 거론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인 정동영의원이 명동거리유세에서 노무현후보-정몽준 대표 등과 단상에서 함께 유세를 벌이던 중 정몽준 지지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바지가 찢기고, 단상 아래로 이끌려 내려지는 변을 당했던 것.

 

정대표의 갑작스런 노후보 지지철회는 공동정부 구성에 대한 의심과 사적인 감정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노무현후보의 이번 승리는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경종이자, 정치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김재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