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탈권위주의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것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관공서등에 빠짐없이 걸렸던 이른바‘존영’과‘각하’라는 호칭, 그리고 철통같은‘경호’다.

 

지금 장년 세대 이후는 초등학교때부터 초대 이승만대통령의 사진을 보며 자랐다. 자유당 시절 그 지독한 가난때문에 집안에 부모 사진 한 장 변변히 걸어 놓지 못했지만 가는 곳마다 이승만 대통령의 존영은 깎듯이 모셔져(?) 있었다.

 

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대통령때까지 이 존영은 여전히 위엄을 떨쳤다. 다만 김영삼 대통령때부터 사진의 모습이 위엄보다는 친근감쪽으로 방향을 틀었을뿐이다. 이 사진이 관공서에서 사라진것은 김대중대통령때 부터다.

 

김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대통령의 상징물인 존영을 관공서등에 걸지 못하도록 하고‘각하’라는 호칭도 쓰지 못하게 했다.

 

인권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친밀감을 주고 권위주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본래 ‘각하’또는‘합하’라는 칭호는 옛 왕조시대 정승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것을 일본이 받아들여 칙임관(勅任官)이나 군 장성에게 쓰도록 한것이 건국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유래에서 보듯이 권위주의와 아첨이 가득 배어있는것이 바로 이 호칭이다. 노태우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 호칭을 쓰지 말도록 주문한 것도 사실 자신이 내세워온 ‘보통사람’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밑에 사람이 부르기 거북하다해서 김영삼대통령때는 다시 원상회복 했다가 김대중대통령이 다시 제동을 건 것이다.

 

경호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대통령을 필수로 전두환 노태우등 군사독재정권하의 경호는 가히 철통같았다. 시장·조수나 도지사가 경호원들의 발길질을 당할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들어 이런 경호횡포(?)는 크게 개선됐다. 국민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려는 두 대통령의 배려가 ‘그림자 경호’의 틀을 닦았다.

 

엊그제 노무현대통령 당선자의 제주도 휴가여행때의 경호가 화제다. 노당선자는 대통령 경호실이 공군특별기를 배려했음에도 이를 사양하고 호텔대신 민박성 콘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한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그의 평소 생활태도와 권위주의를 떨쳐내려는 서민풍모가 돋보여 듣기에 신선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공인이다. 권위주의와 대통령의 신변안전 문제는 별개인 것이다. 부드럽지만 더욱 강한 경호, 그것도 변화의 한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