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개혁과 권력투쟁

 

 

정권이 바뀌거나 국가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는 변혁기에는 관행적으로 개혁이라는 명분을 걸고 새틀짜기가 시도된다.

 

그러나 개혁은 기존 사회제도나 정치체제를 본질적으로 유지하면서, 합법적이고 점진적으로 구(舊)체제의 모순을 고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당초 의도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개혁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수 국민의 묵시적 합의와 합의에 받침돼야 하는데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면서 합리적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시간만 질질끌다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개혁은 기존의 시회제도나 정치제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근본부터 송두리째 변혁시키는 혁명보다도 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이 벌써부터 개혁 몸살을 앓고 있다.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민주당은 인적청산과 당내 체제정비 문제로, 정권 획득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세대교체와 지도부 퇴진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 중심의 신주류와 범동교동계 중심의 구주류간에 힘겨루기 양상을 띄고 있는 민주당내 갈등은 겉포장만 보아서는 정치개혁이 쟁점인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당권과 당내 주도권을 놓고 신구 세력간에 세(勢)싸움을 벌이는 권력투쟁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다.

 

역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할 지도부와 당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쇄신파가 대립 각을 곧추세우고 있는 한나라당도 겉으로는 모두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상은 생존을 위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새 세상이 열리고 있으니, 청산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구태정치와 부패 정치인은 털고 가야 한다는게 국민의 여망이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의 게임 법칙 만을 적용, 승자가 전리품을 챙기는 식의 개혁을 해서는 결코 성공한 개혁이 될 수 없다.

 

또 적당히 눈치만 보다가 이기는 쪽으로 붙어 자신의 영달이나 도모한 자가 개혁의 주체가 되고, 소신껏 당당한 정치를 하였으나 비주류로 몰려 불행히도 청산의 대상이 된다면, 그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 개혁이 되고 말 것이다. 개혁을 앞세워 권력투쟁을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