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야듀 2002년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되고 속절없이 빠른 세월에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된다. 더러는 보람으로 환희에 찬 한 해를 보내기도 하겠지만 겹겹이 쌓이는 후회로 아픔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 더 많은게 세상사다.

 

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괌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국가적으로는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행사로 분출하는 국민적 에너지를 전세계에 과시했다. 16대 대통령 선거는 세대간 지역간 갈등의 표출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여는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을 기록했다.

 

막판 터져나온 북한핵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수도 있는 중대 사태지만 국민적 저력과 역동성이 시계추를 뒤오 돌리는 ‘위기의 반복’을 허용할수 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렇게 임오년(壬午年) 한 해는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오늘 마지막 한 장 남은 카렌더를 떼어내면서 사람들은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올드령 사인’과 함께 묵은 해의 떼를 털어 낸다. 스콜틀랜드의 국민시인 로버트 번스가 쓴 시(詩), 올드령 사인은 ‘지나간 오랜 옛날’이란 뜻으로 친구와의 작별을 아쉬워 하는 내용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제야의 초침(秒針)을 카운트다운 하면서 이 시에 곡을 붙인노래를 합창하며 새 해를 맞는다. 베토벤의 교향곡‘합창’의 그 장중함 또한 제야의 엄숙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송년(送年)의례에서 빠질수 없는것이 종소리다. 섣달 그믐날 밤집 안팍을 깨끗이 하여 새해 맞을 준비를 끝낸루 자정에 제야의 타종(打鐘)소리를 듣는 우리의 송구영신(送舊迎新) 전통은 왕조시대 이래의 변함없는 관행이다.

 

종로 보신각을 비론해서 우리 전주의 남문 타종 또한 그 의미의 각별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은은한 서른세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숨차게 날려왔던 지난 시간의 회한을 훌훌 씻어내고 다가오는 또 한 해의 희망찬 미래를 간절히 기구(祈求)하는 것이다.

 

한 해를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은 모양이다. 오늘 하루를 세모의 액땜으로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풍습 말이다. 먹구 마시고 즐기고 소란피우되 질서는 지켜야 한다. 그리고 주변부터 살펴야 한다. 나눔의 미덕을 베풀줄아는 세모(歲暮)가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