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전주시 직위공모제 요지경속

 

 

전주시가 인사운용 개선을 위해 도내 시군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한 중요부서 직위공모제가 기자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요지경속을 헤매고 있다.

 

자율적인 참여와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할 직위공모제에 시 고위간부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특정공무원들을 직위공모제에 신청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 전주시 행정의 구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3일 기획예산과·행정관리과장에 대한 직위공모제 신청접수를 받아 사무관 2명이 기획예산과장을, 사무관 1명이 행정관리과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들의  창의성 경력 조직기여도 등 5개 항목을 평가해 고득점자 2명을 시장에 복수추천해 임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직위공모 신청접수 마감일인 3일 오후 3시께까지도 신청자가 전무했던 직위공모제에 3명의 공무원들이 참여한데는 시 고위간부들이 개입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공모에 참여한 한 공무원은 “고위간부가 마감 한시간을 남겨놓고 (신청서를) 내라고 했다. 신청자가 없으니까 모양새를 갖추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지휘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애초에 마음이 없었다”며 곤혼스러워 했다.

 

전주시 하위직 공무원과 일선 시군의 기대속에 시행된 직위공모제가 이처럼 파행 운영된데 대해 전주시는 법적인 하자여부를 떠나 도덕적인 책임을 강요받고 있다.

 

공정한 인사를 약속하며 공무원 직장협의회와 합의를 거쳐 어렵게 탄생시킨 제도취지를 시 간부들이 눈속임용으로 악용한데 따른 책임이 그것이다.

 

더욱이 이 제도가 공직사회 핵심부서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파벌조장을 막기위해 도입된 측면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가 보여준 이번 행태는 자치단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상식밖의 일로 여겨진다. 시가 며칠전 단행한 국장급 인사가 파열음을 내는 것도 이처럼 빈곤한 시정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김완주시장은 최근 시무식에서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주교묘비에 적힌 시를 낭독한 뒤 자신부터 달라지겠다며 변화와 개혁을 유달리 강조했다. 이것이 지금 전주시에서 불고 있는 변화와 개혁의 징후인가.

 

/김현기(본사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