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지난 5일 오전 장수 유흥업소 숙소 화재현장을 가기 위해 빙판길 고개를 넘어가는 1시간여동안 마음속으로 ‘감금’ ‘쇠창살’ ‘이중 잠금장치’등의 단어를 떠올렸음을….
그리고 꼭 1년전 발생한 군산 개복동 유흥업소 화재사건을 취재했던 열흘정도의 일정을 다시 떠올리며 다소 흥분했다는 사실도.
좀더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는 ‘한 건 할 수있는 사건’이라는 내심의 기대감도 있었다는 것을 먼저 고백합니다.
당일 도착한 현지 영안실과 사고현장은 참혹했다. 현장은 구조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감금으로 보기 어려운 방범창의 수(7개 창문중 4개)나 손으로도 휠 수 있는 알루미늄 봉, 열쇠를 소지하고 있다는 점 등은 감금 의혹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현관문의 열쇠뭉치 역시 개복동 현장에서 보았던 특수키와는 달리 평범한 것이었다. 경찰 또한 ‘감금여부’에 초기수사력을 모으고 있었다.
방범창 설치시점을 둘러싸고경찰과 기자들간의 언쟁도 집요했다. 그 결과 방범창은 피해자들이 숙소로 이용하기 9개월 전 이미 설치된 사실이 확인돼 감금 용도였다면 추가공사가 필요했다는 추정이 가능했다. 적어도 ‘물리적 감금’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시점에서 ‘고백’과 ‘자기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일부 언론의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를 접하는 씁쓸함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결과 ∼밝혀졌다’고 보도하는 용기와 ‘∼카더라’라는 식의 무책임성은 ‘의혹 제기’라는 제목아래 벌어지는 한건주의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런 보도행태는 일부 언론의 신뢰추락이 아니라 언론 전체로 떠넘겨지는 ‘민폐’로서 문제의 심각성이 일다.
“왜 (기자들은) 사고를 자꾸 일정한 틀에 놓고 사건으로 꿰맞추려 하느냐”는 한 경찰간부의 맞춤형 보도에 대한 하소연이 새해 벽두부터 언론의 취재현장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성각(본사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