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사이버 運勢 보기

 

 

 

새해 정초가 되면 대개 1년 운세를 점쳐보는 것이 세시풍속이자 재미이다. 용하다는 역술인을 찾기도 하고, 길을 지나다 토정비결 책을 펼쳐 놓은 점쟁이에게 한해 신수를 묻기도 한다. 그러나 그같은 방법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신문지면을 통해 하루 운세를 보는 것은 보통이고, 요즘은 인터넷·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사이버 운세보기가 인기라고 한다. 수백개에 이르는 전문 점술사이트 뿐아니라 대부분의 포털사이트에서 운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최첨단 정보통신과 점(占)의 결합이지만 토정비결·사주·궁합등 전통적인 운세풀이를 비롯 최근에는 별자리·혈액형 등을 연결시킨 이른바 ‘퓨전 운세’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경우 운세 서비스 이용건수가 평소 하루 50만건 수준이었으나 연말연시를 맞아 무려 30%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일부 사이트는 오프라인 점집과 연계해 부적을 배달해주기도 하며, 이동통신 3사는 단말기 배경화면에 부적 서비스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 운세보기 특히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않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는 편리함과 오프라인 점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이용료는 무료 또는 1천∼2천원 수준이며, 이동통신도 건당 5백∼7백원에 운세 서비스와 함께 모바일 부적 서비스 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전통과 형식 보다는 변화와 자유분방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이같이 사이버 운세를 많이 찾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파스칼이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보라빛 꿈과 기대속에 살기 때문에 미신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 것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가지(不可知)의 미래의 공백에 기대를 거는 것은 나이든 층이나 젊은 세대나 별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같은 운세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계시’라기 보다 ‘삶의 지침’이자 ‘선인의 덕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4백여년 이상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토정비결고 불운에 대해서는 피해나갈 방법을 보험처럼 제시하고 있다.

 

점이란 결국은 세상 조심하며 살아가라는 충고가 대부분이다. 운세로 불확실한 미래를 액땜하기 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각오와 자세가 절실한 정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