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옛날부터‘큰 나라를 다스리는데는 작은 생선을 지지듯이 해야한다(治大國 烹小鮮)’는 정치철학이 전한다.
여기서 ‘작은 생선’이란 나라 안에 있는 여러 집단을 뜻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정당이나 공무원 경제인 사회단체 같은 다양한 이익집단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노자(老子)가 갈파한 이 말은 흔히 ‘황로(黃老)의 술(術)’이라 하여 전국시대 이래 중국의 변함없는 통치술로 응용돼 오고있다.
‘생선을 지지듯이’조심스러워야 한다는 말은 위로부터의 개입이나 간섭을 되도록 줄이고 자체적인 활력에 대소사를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하긴 중국처럼 큰 나라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의 사소한 일까지 모두 간섭하려 들었다간 나라가 제대로 굴러 갈수가 없을 것이다. 그저 ‘조심 조심 생선 지지듯이’다스려나가야 나라가 조용했을 터이다.
黃老의 術이라는 철학
이 정치철학을 실행에 옮겨 명재상이된 사람이 한(漢)나라 때의 조참(曹參)이었다. 그는 본래 유방(劉邦) 휘하의 무장이었기 때문에 정치를 잘 몰랐다.
그래서 나라 안에 있는 학자들을 모아 정치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았다. 여기서 얻은 결론이 황로의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훗날 그가 한나라 재상으로 발탁되어 임지를 떠날때 후임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한다.
一‘옥(獄)과 시(市)에 대해서는 부디 신중히 대처하라. 송사(訟事)와 시장에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한다. 엄격하게 다스리면 궁지에 몰린 쪽은 결국 몸둘곳을 몰라 난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18사략(史略)에 나오는 이야기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책 방향 정립을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부처간의 정책조율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수위는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와 같은 ‘지시일변도’대신 상호간에 열린 자세로 객의없는 토론을 통해 각 부처 입장을 적극 청취한다는 입장이다.
선거공략에 대해서도 부처와 함께 시행시기 예산등 현실적 장애물을 가감없이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런 지침과는 달리 그동안 인수위 활동을 싸고 간단없이 잡음이 들리고 있다. 노동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인수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갔다는 소식이다.
전경련쪽에서는 ‘사회주의 성향운운’의 비판이 나왔다 해서 한바탕 논란을 빚은 후 결국 스스로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과징금부과취소처분을 두고도 인수위측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인상이다. 심지어 한시적 기구인 인수위가 마치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일부 비판도 없지 않은듯 하다.
기존의 틀깨는 改革마인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대부분이 학자 출신들로 짜여진 인수위측의 개혁적인 시각과 기존 행정부 관료나 경제단체의 보수적 시각이 여과없이 노정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일정 부문 불가피하기도 하다.
그래야 기존의 틀을 깨는 개혁 마인드가 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양의 과도기적 단계에서 새 정부의 정책지도를 만들어 가는 인수위원 새 대통령의 정치철탁과 국정의지를 적극 수용해야 할 정부부처는 결국 국정의 동반자일뿐 갈등과 대립의 관계는 결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당선자측에 한마디 해둘게 있다. 나폴레옹의 충고대로 가장 위험한것은 권력을 잡은 다음이다. 승리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은 한 발자국 물러서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유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생선을 지지듯이 조심스럽게 국사(國事)를 다루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찌기 케네디 미대통령이 던진 농담이 생각난다. ‘일이 안될때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을 원망한다. 그것이 대통령에게 급료를 주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김승일(본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