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숫자‘3’을 ‘복삼(福三)’이라 하여 무척 좋아했다. 구한말 고종황제는 숫자 3과7을 유난히 좋아하며 조정의 큰 일을 치를때는 3과 7일이 든 날이나 그 수가 겹치는 날또는 그 수로 나누어지는 날을 택했다고 한다.
우리 민속이나 전통생활에서 숫자‘3’이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어린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태어난 날로 부터 세이레(21일) 까지는 부정을 멀리한다는 뜻으로 금줄을 매어달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자제하게 하기도 했다.
가위 바위 보 나 각종 내기 등을 할때 삼세판은 기본이다. 수태를 원할때는 삼신(三神)할머니에 기도했으며, 혈연관계도 3대(三代)까지로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건국신화는 환인(桓因), 환웅(桓雄), 환검(桓儉) 3성(三聖)을 주축으로 이뤄졌으며, 세계의 세 성인으로 석가, 공자, 예수를 꼽는다. 이밖에도 유교 도덕의 기본이 되는 세가지 도리가 삼강(三綱)이며, 부모에 대한 세가지 효도를 삼도(三道)라 하였고,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을 삼락(三樂)이라 했다.
불교에서도 ‘3’이라하는 숫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법당에는 부처님을 세분(三尊) 모신다. 인간의 괴로움은 3욕(三慾, 식욕·수면욕·음욕)으로 부터 비롯되며, 3욕에 의해 빚어지는 3업(三業, 입·몸·마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은 끝없이 사바세계를 윤회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3’은 특히 중국에서 성스러운 숫자로 인식되었다. 도교에서‘3’은 모든 것을 둘로 나누면 평형의 중심이 되는 최초의 강한 숫자로 해석됐다. 한자 ‘三’은 ‘一’ ‘二’를 합한 것으로 보았으며, ‘三’이라는 글자는 그획이 각기 하늘·인간·땅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3각형이 주는 안정성을 의미하듯 ‘3’은 완벽한 숫자이자 복을 가져다주는 숫자로 여겨져 왔다. 기업들도 ‘3’을 선호해 삼성, 삼익, 삼부등 3자가 들어가는 회사명이 많고 이름에도 ‘3’을 이용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한 신문이 노무현당선자가 유달리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북핵문제 해결도 3대원칙을 강조했으며, 대기업 개혁정책이나 공기업 등의 인사원칙으로 세가지를 제시했다.
노 당선자 주변에서는 당선자가 지난 90년 3당 합당에 참여하지 않고 그로인해 부산에서 ‘3번’낙선한 기연(?)까지도 연관짓는 모양이다.
아무튼 올해 역시 ‘3’으로 끝나는 해다. ‘3’과 인연이 깊고 ‘3’을 좋아하는 노 당선자와 함께 이 나라의 국운이 융성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