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범죄에 쉬쉬하는 시민과 경찰

 

 

“할 말 없어요. 지금 바빠요...(뚝)”

 

지난 14일 전주의 한 병원에 3인조 복면강도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고 전화로 보완취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강도사건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상대방은 냉담한 분위기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사건의 심각성보다 언론에 노출되는 자체를 꺼리는 것 같았다.

 

병원 이미지 실추를 내심 걱정하는 눈치. 다소 경황이 없을 법하지만, 벌써 일상생활에 묻혀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해는 있지만 피해자가 없는 식’으로 마무리될 모양이다. ‘쉬쉬’하는데에는 피해자나 경찰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사건 정황과 피해자의 고충을 되짚어보려는 노력의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제2의 범죄 예방을 위해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배려’가 아쉬웠다.

 

이번 사건이 남긴 과제는 치안 불감증이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올초부터 전주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내 금품 절도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터진 이번 강도사건은 치안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시민들 자신도 범죄 대책에 미흡했던 점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지역 아파트단지에서는 안내방송을 연이어 내보내는 묘안도 내놨지만, 이렇다할 범죄재발에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아파트 세대를 나누는 벽 두께만큼이나 남의 일쯤으로 여기는 안일주의가 연쇄 절도사건을  부추겼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말 특별방범대책이 끝나기 무섭게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경찰도 속수무책이다.

 

오는 20일부터 ‘설 특별방범대책’이 꾸려질 계획이지만 일선 경찰들은 치안 수요에 못미치는 경찰력을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들 주변에 경찰이 사라졌다’며 안일한 치안을 꼬집는 의견과 함께 ‘시민들이 치안에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경찰이나 시민들이 치안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면 또다른 범죄를방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안태성(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