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취직은 대개 동의어(同義語)로 해석되지만 엄격하게 구분하면 차이가 있다. 취업은 ‘일 할 기회’를 얻는 것이고 취직은 ‘고정적으로 일 할 자리’를 얻는 것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개념인 실업이나 실직도 마찬가지다. 실업은 노동능력과 노동의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기회가 없는 상태를 말하지만 실직은 고정적으로 일 해오던 직장을 잃은 상태를 뜻한다.
바꿔 말하면 아예 일할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실업자이고 일자리에서 여러가지 이유(정년·구조조정 또는 과실따위)로 물러난 사람이 실직자인 것이다.
기억하기도 싫은 IMF사태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 앉은 사람들이 대량 해고로 인한 실직자들이라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실업자의 표본인 셈이다.
경제학자들에 따라서 해석이 다르긴 하지만 대략 1년 이상 일자리를 갖지 못해 낙심한 실업자를 ‘만성 핵심 실업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은 일자리를 ‘생명’처럼 여기기 때문에 실업이 장기화하면 자신이 살아 있으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그런 실업자들이 1백만명 가까이 버려져 있는것이 우리 사회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대 출신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학벌 타파니 지방대출신 차별화금지니 따위는 그야말로 말장난 수준일 뿐이다.
대기업이나 원만한 중소기업조차도 지방대 출신 학력으로는 입사지원서도 내밀기 힘든게 현실이다.
취업소개업체인 인크루트가 지난해 회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 지방대출신 재수생의 경우 1천4백72개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했던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는 그중 2백곳에서 서류심사에 통과했고 50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지난해 말 겨우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취직하는데 그쳐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한다. 이것이 지방대 출신의 현 주소다.
그래도 그 젊은이는 최소한 ‘취직’은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 하다. 아직도 ‘일 할 기회’를 못 얻은 수많은 젊은 실업자들은 어쩔것인가.
‘될대로 되라’식의 실업증후군을 앓는 절음이들이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할수 없다. ‘바쁜 벌은 근심할 틈이 없지만 하품하는 사람이 혁명을 기다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