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앙굴렘 한국만화특별전 성황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만화특별전'이 개막 첫  날부터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로써 한국만화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게 됐다.

    23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개막된 '2003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의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초청 받은 한국은 행사가 끝나는 26일까지 앙굴렘시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생마르샬 광장에 100여평 규모의 독립전시관을 마련, '한국만화의 역동성'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개막 첫 날 이곳 전시장을 찾은 관객은 6천여명. 오전 9시에 문을 연  전시관은 발디딜 틈도 없이 찾아든 관람객들로 떼밀려 다닐 정도였고, 전시관 입구에는  입장을 대기하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관계자는 행사가 절정에 이를 주말까지 10만명 정도가 한국만화특별전을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개막식 날짜의 특집기사에서 "한국만화는 아시아 만화의 변방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본만화와 차별되는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만화에 주목할 때"라며 특별전을 열고 있는 한국만화에 관심을 나타냈다.

    전시관 안내를 맡고 있는 큐레이터 김낙호(27)씨는 "한국만화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발적"이라며 "몇몇 작가의 작품전시에  그치지 않고 한국만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관을 꾸민 것이  호응을 얻어낸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관의 '모바일 만화전'에서 발길을 멈춘 청소년 관람객들은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모바일로 만화를 서비스하느냐"며 흥미를 나타냈고, 학구파 관람객들은  '한국만화의 역사전' 앞에 오랫동안 머물며 전시내용을 수첩에 꼼꼼히 적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한국만화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오늘의 만화-19인의 작가들' 전시회의  인기가 높았다. 이 가운데 인터넷 세대의 개인주의적 감수성을 '귀차니즘'(주변의  간섭을 귀찮아하며 혼자 놀거나 잠자는 것을 즐기는 것)이라는 신조어에 담아낸  권윤주씨의 <스노우 캣> , 접시나 방석 등 생활용품을 만화적으로 재해석한 이향우씨  등 8명의 젊은 작가가 '새로운 감성'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전시회에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작가 고경일씨는 관람객들의 커리커처를 즉석에서 그려주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프랑스 관람객들은 한국 만화가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서  한국만화가  프랑스에 많이 번역돼 나와 있는지 등을 자주 질문하는 등 처음 만난 한국만화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친구와 함께 전시관을 찾아온 발레 비올레트 중학교의 아가뜨 포미에르(14)는 "한국만화의 그래픽이 뛰어나고 섬세하다. 프랑스 만화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한국만화를 많이 읽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0회를 맞은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는 지난해 이  페스티벌의 그랑프리 수상작가인 벨기에 만화가 프랑수아 스키텐의 작품전을 비롯, 동유럽 작가 그레그 로진스키 회고전, 풍자만화가 장-마르크 레제 개인전, 베트남  작가  23명의 이미지 전시회, 학생 공모전, 아마추어 작가전, 록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다.

    프랑스의 인기만화 <아스테릭스> 를 출판한 아셰트 등 세계  유수의  출판사들이 대거 참가한 대규모 북페어 전시장에서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집에 그림을 그려 선물하는 등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행사 첫 날에는 시내 중심가 마르탱 거리에서 벨기에 최고 만화 <탱탱(tin tin)>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에르제(1907-83)의 동상 제막식이 축제 분위기 속에 열렸다. 개막행사를 겸한 이날 제막식은 '에르제 거리' 명명식과 함께  열렸으며,  벨기에의 마틸드(30) 공주 부부가 참석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번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는 세계 40여개국에서 만화 관계자  6천여명, 취재진 800여명, 관람객 20만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