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단 "대량파괴무기 발견 못해"

 

 

    이라크에서 무기 사찰활동을 벌여온 유엔  사찰단은 지금까지 어떠한 대량파괴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사찰단 책임자들이 밝혔다.

    14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제2차 보고에서 사찰단 책임자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며 이라크는 많은 의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사찰단이 확고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보유와  비무장 의지에 대해 애매한 평가를 내림에 따라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찰단 보고를 해석하면서 전쟁에 관한  기존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전쟁을 둘러싼 안보리 내부의 균열이 사찰단 보고로 해소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두번째 대이라크 결의안을 제출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사찰단 보고=생물, 화학무기와 미사일 사찰을 책임진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이라크에서 대량파괴무기를  찾지  못했으나 이라크의 보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했다.

    핵무기 사찰을 지휘해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현재까지 이라크의 핵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블릭스 위원장은 "사찰단은 소수의 빈 화학탄두 이외에는 대량파괴무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수의 금지된 무기들의  행방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행방이 규명되지 않은  대량파괴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성급히 결론을 내려서도 안되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런 무기들이 존재한다면 사찰단에 제출돼 파괴돼야 할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를 입증할 증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지난 5일 안보리 특별회의에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제시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의혹 입증 `증거' 가운데 일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라크가 사찰단의 방문을 미리 알고 대비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파월 장관이 제시한 탄약고 위성 사진 역시 금지된 탄약을 은닉하려는 움직임일  가능성 못지 않게 통상적인 활동일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이라크가 사거리 한도를 초과한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블릭스 위원장은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알 사무드 2를 변형한 미사일은 150㎞  사거리 한도를 벗어나 불법 무기라는 결론을 내렸고 나머지 알 파타 미사일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엘 바라데이 사무총장은 "1차 보고 때와 마찬가지로 이라크가 핵개발 계획을 재개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협조에 관해 엘 바라데이 사무총장은 "공격적인 입증  시스템하에서는 사찰대상 국가의 전적인 협력이 없이도 핵무기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것이 가능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라크가 핵개발을 위해 수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산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에 대해서는 우라늄 수입의혹 등 다른 문제들과 함께 계속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이사국ㆍ이라크 반응=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모두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 미국, 영국, 스페인 등은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려 한 반면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사찰단을 강화하고 사찰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현시점에서 무력의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사찰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전쟁보다는 사찰을 통해 이라크를 무장해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도 "사찰단의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아나 팔라치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라크는 협력하지 않았다"면서  "안보리는 무장해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미국과 영국에 힘을 실어줬다.

    이라크는 사찰단의 2차 안보리 보고에 때맞춰 대량파괴무기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금지 명령을 발표하는 한편 어떠한 대량파괴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안보리 내 균열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제2 결의안=미국과 영국은 빠르면 이번 주말, 아마도 다음주중 두번째 이라크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국과 영국이 마련중인 결의안은 이라크의  유엔결의 "중대위반"만을 언급한 채 무력사용에 대한 명시적 승인조항은 생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과 영국측에서는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부결되더라도  유엔이 무력사용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며 전쟁을 반대해온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결의안에 찬성하더라도 전쟁을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 가능하할 것이라고 저널은 설명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와 중국의 기권을 확보해  프랑스를 고립시킴으로써 표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음주중 이라크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