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인터넷 實名制

 

 

 

제16대 대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민주당이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느닷없는 살생부(殺生簿) 명단이 인터넷상에 떠돌아 온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다.

 

민주당 의원 94명을 특1등공신에서 부터 역적 중의 역적까지 7등급으로 나눠 그럴듯하게 포장까지 해놓은 이 살생부는 온라인상에서 오프라인, 즉 종이신문으로 옮겨오면서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대체적으로 공감이 가, 재미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후에 의구심이 간다''당내 교란용이다'라며 사이버 테러의 심각성을 놓고 흥분하는 이도 있었다. 해당 의원들은 당연히 희비가 엇갈렸다. 공신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은근히 즐기는 눈치였고, 역적으로 분류된 의원들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끝까지 추적해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결국 '내가 작성자'라고 자수(?)를 한 네티즌이 있어 사태는 그쯤해서 수습이 됐지만, 역적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이미 상처를 받고 명예가 훼손된 뒤였다.

 

많은 네티즌들은 인터넷 여론의 익명성에 대해 네티즌의 언론자유는 보장돼야 마땅하고, 또 무작정 익명을 거부하면 언로(言路)가 막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익명성 요구는 다양한 여론의 수집과 여론의 자연정화론에 근거하고 있다. 다시말해 인터넷 세상에도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악덕업자들이 있고, 정보고속도로에서도 가끔 교통사고가 나지만 인터넷 생태계는 결국 질서와 먹이사슬, 자연정화 및 복원과 같은 기능이 작동하여 제자리를 찾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보자. 네티즌의 자유만 중요하고 타인의 명예와 자유는 손상돼도 괜찮은 것인지, 여론이 자연정화될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며 무차별적으로 얻어맞아야 하는 것인지 네티즌들은 답을 해야 한다.

 

또한 가상공간이라 해서 초법적, 반도덕적, 반인류적인 작태를 보여도 되는 것인지, 쓰레기 보다 못한 인터넷 사이트의 글들도 그대로 방치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않으나 정보통신부가 정부 공공기관의 게시판에 익명으로 음해성 루머를 유포하거나 인신공격 하는 것을 막기위해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찬반 논란이 있겠지만 궤변을 늘어 놓으며 답을 어렵게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창조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