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반복되는 人災, 우리를 다시본다

 

 

"혹시나 하는 생각 때문인지, 소화기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도 많고, 대형건물에서는 소화기 교체와 재충전 등을 문의해 옵니다.”

 

전주시내에서 소방시설과 소화기 등을 취급하는 판매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사이후 '잘 판매되는 소화기는 어떤건지', '어느 정도 매출이 늘었는지'를 묻는 전화통화가 오갔고 그는 여운이 남는 한마디를 남기고 통화를 끊었다.

 

"우리는 꼭 (일이)터지고 나야 화들짝 놀라고, 막상 조금 지나면 그만이잖아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지켜본 전국민은 슬픔과 애도의 물결로 가득하고 또 그들을 위해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열심히 성금모금전화인 '060-×××-'을 누르고 있다.

 

사실 우리는 대형 참사가 터지고 나면 항상 반복되는 말들로 익숙해 있다.
'인재(人災)', '예고된 참사', '막을 수 있었는데…', '안전불감증'등이다. 이번 참사에도 어김없이 이런 말들로 언론은 가득해 있다.

 

더우기 대구지하철 참사 며칠전 정읍에서 어이없는 호남선 작업인부 참사 현장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착잡하기 그지없다. 감곡역 참사 역시 최소한의 의사소통과 오래된 관행, 기본적인 주의조차 없었던 안이함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두 사건이 '열차·지하철'이라는 점 외에도 충분히 오버랩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안전불감증과 안이함이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이후 가정용 소화기나 차량비치용 소화기의 판매와 문의가 이어지고, 대형건물의 경우 소화기 검사와 재충전을 의뢰하는 일감이 늘었다는 소식은 사고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긴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너무도 뻔한 속담조차 우리에겐 다시 되새겨야 할 말이다. '소잃고 또 소를 잃어 본적도' '잠시 화들짝하다가 뒤돌아서 잊혀져 버리는'우리를 또다른 참사 이후에 다시 확인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이 괜한 것이기를 바래본다.  

 

/이성각(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