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낱말은 '기생'이다. 춘향이는 기생인가, 아닌가? 기생이라면 변학도의 수청 요구는 당연하고, 당연한 명을 거역한 춘향이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춘향이가 기생이 아니라면, 변학도는 부당한 요구를 한 천하의 악질 관리가 된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춘향이가 기생인가, 아닌가는 '춘향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춘향이의 신분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춘향가' 혹은 '춘향전' 내에서 춘향이의 신분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춘향가(전)' 속의 춘향이의 신분은 일정하지 않다.
예컨대, 같은 신재효의 작품인데도 '동창 춘향가' 속의 춘향이는, 자신이 기생이기 때문에 배필을 정할 적에 "내 눈에 드는 대로 내 눈으로 가려서” 반드시 사대부댁의 첩이 되겠다고 한다.
'남창 춘향가' 속에서는 대비속신(다른 사람으로 대신 넣고, 자신은 천한 신분에서 빠짐)하여 기생이 아니라고 한다.
같은 작품 안에서도 춘향이의 신분은 일정하지 않다. 가령 처음 이도령과 만날 때, 그네 타는 춘향이가 퇴기 월매의 딸이라고 하자, 이도령은 기생의 딸이라면, 불러오라고 한다. 양민이라면 함부로 불러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도령은 천하의 패륜아가 된다. 이 때의 춘향이의 행동도 모순덩어리이다. 말로는 기생이 아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이도령에게 관심을 보이고, 결국에는 저녁에 단 둘이 만나 첫날밤을 보낸다.
물론 춘향모의 허락을 받고 첫날밤을 보내는 이본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경우라면, 그렇게 첫날밤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4례니 6례니 하여 혼인을 위한 복잡한 절차가 있고, 이런 절차를 밟아 혼인을 한다.
그러니까 춘향모의 허락을 받았는가, 받지 않았는가는 이들의 결합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생이기 때문에 그런 만남이 가능한 것이다.
'춘향가(전)' 속의 인물들 사이에서도 춘향이의 신분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변학도는 춘향이를 기생으로 본다. 다른 기생들이나, 군로, 사령, 오입쟁이들 등 주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 예컨대 '농부가'에 나오는 농부들은 춘향이를 기생으로 보지 않고, 춘향이가 절개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아름답게 본다.
이렇듯 '춘향가(전)' 속의 춘향의 신분은 일정하지가 않다. 그래서 조동일 같은 학자는 이를 일러 '갈등'이라고 했다. 춘향이의 신분은 이렇듯 일관성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사실은 조선조 후기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당시의 상황을 오히려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춘향가(전)'은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다음 번에 알아보기로 한다.
/군산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