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물러난 DJ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임기를 마쳤다. 5년간이 길고 긴 세월이었으리라.

 

취임전부터 IMF극복을 위해 뛰어야 했고, 취임 후에도 집권야당이라 불리는 한나라당과 거친 공격에 시달려야 했고, 각종 사건과 스캔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퇴임 후에도 불공정한 평가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말 실패했을까? 주류언론에 넘치는 평가글들이 아주 자의적이다. 전직 대통령과 비교해 따져야 하는데 자신들이 정한 저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D나 F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억울한 일이다.

 

김 전 대통령은 역사적인 업적을 많이 남겼다. 남북화해정책과 정상회담은 해방 이후 획기적인 사건이다. 남북관계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밀고 나갔다. 현대와 관련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문제에 있어서 한국 최고의 대통령이다.

 

경제부분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엄청난 인권탄압, 정경유착, 부패, 정치말살을 통해 경제개발을 시도했다면 김대중은 민주적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IMF를 극복했을 뿐만아니라 기업의 불투명성을 많이 줄였다.

 

소득격차의 확대, 비정규직 확대, 아들의 부패사건, 벤쳐부패사건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도 부패가 적었다. 그 정도는 평가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에 있어서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한나라당과 일부언론의 강공에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인사문제에 대해 공정성과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 '경상도의 씨를 말린다'는 등의 과장된 비판에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의약분업, 교육개혁 등에 실수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어떤 대통령보다 선거에 관권이나 국정원을 활용하지 않았다. 인권개선, 여성권리 신장에서도 가장 많은 공을 세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인권탄압, 정경유착, 부패, 정치말살이 심각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대통령은 아니다. 이에 비해 김대중은 옳은 방향으로 노력했고, 상당한 업적을 성취하였다. 역사가 흐르면 20세기 한국의 최고의 대통령으로 평가받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