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권한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

매년 5월의 셋째 월요일이 되면 대학에서도 만 20세가 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들이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성년축하의식을 거행한다. 대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정쩡한 반쪽 성년에서 이제 완전한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실제 이들에게는 선거권이 부여되고 부모님의 동의 없이도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혼인이 가능한 등 이들의 지위가 법적으로도 인정된다. 그런데 성년이 되었음을 기뻐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의 마음속 한편에는 걱정과 불안감이 늘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성년으로서의 권한부여 뒤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며, 이 책임과 의무가 자신들의 삶에 있어 엄청난 고독과 외로움을 요구한다는 현실을 이들이 진정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구 

'참여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중의 하나가 지방분권이며,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도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장들 또한 한 목소리로 지방분권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 역시 '서울과 그 외의 사막'으로 표현되는 우리 나라 지방의 현실을 타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물론, 세계화와 지방화 즉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지방분권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으로 성년으로서의 권한부여 뒤에는 반드시 성년으로서의 책임이 따르듯이 지방분권 뒤에는 지방에게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지방에 권한이 없었기에 그 책임을 중앙에 떠넘길 수 있었으나 권한이 부여된 뒤에는 그 책임을 중앙에 전가할 수 없으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방의 몫이라는 사실을 자치단체의 장도, 자치단체의 의회도 자치단체의 주민도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간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분권의 상당부분이 중앙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으며, 따라서 지방의 책임을 강조하기에 앞서 책임을 질만한 여건을 갖추어 주었는가를 중앙정부는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를 지방의 책임으로 돌릴 것인가 하는 책임의 한계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책임 외면하면 실패위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지방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1990년대 지방분권을 실시한 여러 국가들이 책임성을 강조하는 '어려운 분권'보다는 그렇지 않은 '쉬운 분권'을 추진하였기에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고 하는 세계은행의 분석과 함께 이웃 일본의 경우도 지방재정의 책임성을 담보로 하는 '어려운 분권'이 아닌, 지방재정의 확충을 모토로 하는 '쉬운 분권'을 택하였기에 지방분권이 실패하였다는 김정훈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의 지적이 매우 일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조건을 충족하는 지방분권의 성패는 결국 지방의 몫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치단체의 장도 자치단체의 의회도 아닌 이들을 선출한 주민의 몫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결코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이양재(원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