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뒤숭숭하다. '검란'(檢亂)으로 불리는 사상초유의 서열파괴인사로 인해 관계자들이 적지않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전주지검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1일 김영진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며칠째 검사장 공석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전주지검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있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한 검사장이 사퇴하면서 남긴 논어의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용감하되 무례하면 난폭해지고 곧되 무례하면 남의 목을 매듯 가혹해진다)라는 문구가 회자되는 것도 검찰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검찰의 착잡한 심정과는 달리 국민들의 시선은 사뭇 다른 것같다. 오히려 노무현대통령과 평검사간의 토론회 직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검사스럽다'(자식이 아버지인 대통령에게 대들었다는 의미)거나 '텔레토비같다'(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는 의미)는 등의 우스갯소리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검찰에 대한 외부의 시각이 상당히 왜곡돼 있거나 검찰에 대한 막연한 피해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사실 수사권을 가진 검찰로서는 수사과정에서 '양면의 칼날'이라는 외줄타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마련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양립하듯, 검찰에게 쫓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죄가 있든 없든 막연한 피해의식을 키울 것이다.
검찰의 업무량도 그리 녹록치가 않다. 공안·강력·특수 등 3개부로 구성된 전주지검의 경우 검찰은 전담분야 외에도 경찰송치사건이나 미제처리를 위해 월말이면 야근하기 일쑤다.
무엇보다 전체사건의 0.1%도 안되는 정치권수사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개혁대상'으로 비쳐진다는 점이 검찰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다만 검찰이 지금까지 공복(公僕)임을 자임하면서도 수사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편의위주 수사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이로인해 그동안의 불만이 누적돼 '검찰불신'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는지는 되새겨 봐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검찰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조직과 기구가 개혁의 주체로 거듭날 것인지, 개혁의 걸림돌로 추락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려져 있는 시점이다.
/정진우(본사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