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多面평가제

 

 

 

새 정부가 고위직 후속 인사에도 '다면평가제'를 적극 활용토록 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시달하면서 공직사회 내부가 찬반 양론으로 나뉘며 술렁거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온 인사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측은 공직사회의 내부결속을 해치고 조직장악력을 떨어뜨릴 뿐 '인기투표'에 다름아니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도 다면평가에 대한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김영진(金泳鎭)농림장관은 "내부적으로는 승복문화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외부적으로는 납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 "여러우려에 공감은 하나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대기업 CEO출신의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장관은 "다면평가제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쓰지않고 있다”면서 "아래 사람 눈치보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위주'의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명숙(韓明淑)환경장관도 "2년여 동안 다면평가제를 실시한 결과 폐해가 많이 나타났다”면서 "일은 적당히 하지만 사람이 좋으면 오히려 높은 점수가 나와 소신있게 일할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결국 노대통령이 나서 "다면평가제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신뢰를 통해 얻는 것이 워낙 크다. 그리고 다면평가제는 하나의 참고사항이며, 승진인사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반영되므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마무리 지음으로써 '일단 시행'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어떤 제도든 그 성패는 제도 자체보다도 제도를 시행하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운용의 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고위관리를 임명할 때, 사헌부와 사간원의 서명을 받도록 한 서경(暑경)제도도 초기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후기 들어 이 서경제도가 문란해지면서 왕조가 흔들리게 된 것은 좋은 본보기라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다면평가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강법의 다양화와 함께, 평가방법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감정적인 평가에 대한 엄격한 제재조치 등 합리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