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학위(學位)는 힘이자 권위요 명예다. 그중에서도 박사는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학식과 덕목을 갖춘 지성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고학력 인플레 시대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박사가 너무 흔하다.
옛날 유행가에는 거리를 지나다가 '사장님'하고 부르면 열명중 여덟 아홉명이 돌아다 본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대상이 '박사님'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그보다 격이 좀 낮은 석사(碩士)는 또 어떤가. 지금 공직이나 기업체 교육계에 근무하는 중견간부쯤 되면 웬만한 석사학위는 필수(?)다.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분야를 더 성취하겠다는 학구파도 있지만 학력만능주의 풍토에서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자구적(自救的) 수단으로서의 선택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석·박사가 많다는 사실이 결코 흉이 될수는 없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아는것이 곧 힘'이기때문에 고학력 인플레는 오히려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일이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자신이 노력해서 학문적 성취를 얻기보다 '논문대필'로 학위를 돈으로 사려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만 들어가도 관련 정보가 수두룩한 세상에 굳이 힘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쯤 주고 학위를 딴다는 유혹을 당사자들이 쉽게 버리기 이려울 것이다. 실제로 그런 필요에 의해 성행하는것이 논문대필업 아닌가.
석·박사 학위의 논문표절이나 대필이 문제가 된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게으른 대학생의 석사논문까지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는 마당이다. 몇년전 부산 모 대학 교수들이 캐나다 모 대학 교수의 논문을 표절했다가 학회지(學會誌) 폭로로 망신당한 일이 있고 모 치과대학 교수가 돈을 받고 박사학위 논문을 대필해 줬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일도 있다.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는 비등했지만 그 때 뿐, 지금도 대필업은 여전히 성업중임이 밝혀졌다. 값만 올라 박사는 5백만원, 석사는 3백만원이 공정가(?)로 거래된다고 한다.
능력은 없으면서 학위는 욕심내는 얼치기 지성인이 사라지지 않는한 이런 류의 논문대필업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그 병폐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엉터리 논문이 양산돼 학문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더구나 학문의 전당에서 이런 일이 은밀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돈을 주고 학위를 사는 일이 호박에다가 줄 긋고 수박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