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고창지역의 한 무허가 레미콘업체가 공문서를 위조해 KS인증을 받은후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가입해 관급물량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본보를 통해 알려지자, 군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사건은 20세기 이전에나 가능했던 일 아닙니까?”보도가 나간 후 기자를 만나는 사람마다 사건 내막을 꼬치꼬치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건과 관련된 크고 작은 제보를 주었고, 어떤 사람은 사주(社主)의 사적인 분야까지 까발리는 열성(?) 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물론 공문서 위조. 이 업체는 벽돌·타일·기와 제조업으로 명시된 공장등록증명서를 레미콘제조업으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공공기관들을 잇따라 농락했다.
위조 공문서는 공공기관마다 무사통과였다. 한국표준협회는 이 서류를 근거로 KS 인증을 해주었고, 전북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회원자격을 주었다. 이후 이업체는 2년동안 수십억원에 이르는 관급물량을 받으며 아무 탈없이 공장을 운영해 왔다.
이 사건을 접한 지역주민들은 이 업체 운영자의 대담성에 아연실색한다. 이 업체 앞에는 'KS표시 허가업체 <주> 천마 레미콘'이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레미콘 트럭도 쉴새없이 들락거렸다. 당연히 지역주민들은 이 업체가 정식허가 절차를 거친 진짜 레미콘 회사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주>
이번 사건이 2년 넘는 세월에 걸쳐 묻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범죄의식이 깔려 있다는데 있다. KS 인증까지 거친 업체가 불법 회사였다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결국 이 사건은 일상에 순응하고, 정도를 지키며 사는 지역 소시민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충격의 강도가 얼마나 큰지는 만나는 사람들의 첫 마디에서 확인된다. "이 사건이 정말입니까?”본보 보도가 나간 이후 부딪치는 사람마다 이런 말을 내뱉으며 한숨을 섞는다.
이 사건이 알려진지 5일째. 관계기관마다 사실확인과 대책마련에 나서며 불똥이 어디까지 뛸 것인지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있다. 관계기관들은 보신에만 급급하기 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해 소시민들의 놀란 가슴을 달래주길 바란다.
/김경모(본사 고창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