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아랍전역 반전-반미 시위 6일째 이어져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가 25일에도 이집트와 수단 등 아프리카 북부 아랍국가들과 사우디  아라비아  반도 전역에서 이어졌다.

 

▲이집트= 아랍권 최대 인구 국가인 이집트에서는 수니파 이슬람 최고 권위  대학인 알-아즈하르 대학과 나일 델타지역의 메누피아 대학,  카프르  알-셰이크대학, 지중해안 도시 알렉산리아 등 거의 전역에서 수만명의 학생들이 이라크 지지 시위를 벌였다.

 

카이로 북부 카프르 알-셰이크 대학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국경을 개방하라, 우리의 참전을 허용하라"고 외쳤으며 일부는 "부시, 블레어, 샤론은 지옥으로  떨어져라"고 저주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리아 대학생들은 이라크 연대운동의 일환으로 이라크의 전화 가입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다짐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비상계엄하에서 가두 시위가 철저히 금지되는 이집트에서는 개전일인 20일과 21일 카이로에서 벌어진 과격시위로 야당 의원 2명을 포함한 800여명이 연행되고 84명이 2주간 구금령을 받았다. 내무부는 22일 평화시위에 한해서 허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앞으로 모든 시위는 장소와 시간 등을 사전 허가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 시리아=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서도 수만명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공무원과 학생, 집권 바트당 당원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부시, 블레어, 샤론은 국제 테러리즘의 축"이라고 비난하고, "이라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자"고  외쳤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이라크전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인 이날 시위가 폭력으로 비화할 것에  대비해 미국 대사관 주변의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시위에 대비해 업무를 중단했다.

 

▲ 리비아= 리비아에서는 리비아인과 아프리카 출신자 등 수천명이 프리폴리 시내에 몰려나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인형  화형식을 거행했다. 3천명의 시위대는 리비아 주재 이라크 대사관 앞에서 "우리의 피를  바쳐 그대들을 위해 희생할 것"이라며 이라크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다짐했다.

 

▲ 수단= 수단의 하르툼에서도 이날 3만명의 시위 군중이 이라크 대사관 주위에서 반미, 반전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과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 인형 화형식을 가졌다. 시위 군중 속에서는 후세인 대통령과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관영 SUNA통신은 시위 참가  규모가 10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아라비아 반도= 그동안 반미시위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던 아라비아 반도에서도 연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 남단 예멘에서는 이라크전이 발발하기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격렬 시위로 일시적으로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개전 하루만인 지난 21일에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간의 물리적 충돌로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일반 국민의 반전 여론을 이해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시위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멘 의회는  24일 이라크에 대한 전쟁은 "전체 아랍.이슬람 국가에 대한 침략"이라고 규정하고  아랍 지도자들에게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책임을 떠맡도록" 촉구했다.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에서도 시위가 날로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24일에는 5함대 기지 부근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칼리파 국왕은 국민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이라크전이 끝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해결의 희망이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쿠웨이트에서는 25일 300여명의 전쟁 지지 시위대가 미국과  영국  국기를 흔들며 아랍연맹의 전쟁 규탄 결의를 비난했다. 이들은 전세계 반전 시위는  쿠웨이트의 입장과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가 겪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쿠웨이트에는 미.영국군 병력 17만명이 집결해 있다. 전날  아랍연맹은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미사일 공격을 규탄 결의에  반영해달라는 쿠웨이트측 요구를 묵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