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전쟁과 게임

 

 

제 정신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중 하나는 현실과 환영(幻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이라크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보노라면 이걸 전쟁이랄 수 있는지 그리고 제 정신으로 하는 짓인지 하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기만 하다.

 

얼마전 인터넷 신문에 실린 미군의 아프간 공습 화면인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한 밤중에 상공에서 내려다 본 회교사원의 모습으로 시작된 그 동영상은 ' AC-130 Gunship'의 지상폭격 장면들이었다.

 

이 비행기의 특징은 표적 상공에 장시간 머물면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이 특징인데 회교사원을 선희하면서 움직임이 포착된 차량, 사람 나중에는 회교사원까지 정말 게걸스럽게 폭격을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런 화면과 더불어서 "잡았다”라는 탄성에 가까운 승무원들의 음성은 이들이 전쟁을 한다기보다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상의 사람들은 폭격기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듯 차량에서 내려 다른 사람을 만나 한가로이 이야기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따라서 이들이 폭격기를 향해서 어떤 위협을 가하는 상황도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은 폭격기의 일차 목표가 되었고 잠시후 그들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조종사의 "잡았다”라는 탄성과 함께. 이어서 여기 저기서 흰 개미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을 화면은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다. 그리고 잠시 후면 포연과 함께 이들 흰 개미의 움직임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들 비행기 조종사들과 그 승무원들은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아무런 계기와 이유 없이 앗아가는 잔혹한 게임을 말이다. 이들이 지상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매체는 오로지 화면뿐이었을 것이다.

 

적의선을 이용한 야간투시 화면은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움직임을 거뜬히 보여 주는 훌륭한 게임도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제 상황은 이들에게 집에서 하는 게임과 다를 게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다만 포탄이 떨어질 때 생기는 구름의 모양이 게임보다 실감나게 재현되었다는 차이 정도는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이라크 공격에서도 미국과 영국 폭격기 승무원들은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환영(幻影)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는 짓이라면 이들은 미친 게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