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하사관의 자살 폭탄공격이 미.영 연합군에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가운데 순교를 각오한 수천명의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이라크측이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도 바그다드를 눈앞에 두고 이라크 준군사조직 사담 페다인의 배후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합군에 이라크의 자폭 공격이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라크의 강력한 저항을 부닥친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내 장기 체류는 이라크를 새로운 지하드(성전)을 추구하고 있는 회교도들의 집결장으로 만들지도 모르며 이미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29일 순교를 각오한 회교 지원자들이 이라크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라크 TV는 그 수가 4천명에 달한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바그다드 남부의 나자프의 미군 검문소에서 이날 발생한 이라크군 하사관의 자폭공격으로 미군 4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라마단 부통령은 자폭공격을 감행한 하사관은 명령을 부여받은 장교가 아니고 여러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라며 그의 높은 `정신'을 칭찬하면서 자폭공격은 통상적인 군사전술의 일환이라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우리 땅에서 적군을 죽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이라크인들은 적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살 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곧 더 기쁜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군의 폭격으로 이미 이라크인 500명이 숨졌다며 "단 한번의 순교 작전으로 적군 5천명을 죽이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의 비재래식, 원시적 방식의 공격에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자폭공격이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지연시키려는 새로운 유형의 `게릴라 전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폭공격 지원에 수천명의 회교도들이 나서고 있다는 라마단의 언급은 정확성을 입증할 방법은 없으며 연합군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위한해 의도가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폭 공격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대(對) 이스라엘 인티파다(봉기) 과정에서 종종 감행해온 `순교 행위'이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으로선 자폭 공격에 관해 결코 지울수 없는 악몽을 갖고있다. 1983년 레바논에 평화유지 임무를 띠고 파병된 미 해병대원 241명이 자폭공격에 희생됐다. 그 충격으로 미군은 레바논 평화유지 임무를 중단해야 했다.
가깝게는 2000년 예멘에서 미 군함 콜호(號)가 폭탄을 실은 보트에 부딪혀 수병 17명이 사망했다. .
1996년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코바르 타워스 미군기지에 폭탄 트럭이 돌진, 미군 병사 19명이 숨졌다. 체첸 반군들이 러시아 군대에 맞서 싸우던 체첸지역과 타밀 반군들의 전투에서도 자폭 공격이 감행됐다. 좀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조종사들의 카미가제 공격으로 미군은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이나 아랍 언론들은 이라크의 자살 공격 가능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반체제 단체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자폭공격에 나설 아랍 자원자들을 모아 훈련 캠프를 운영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알-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육성 녹음 테이프도 이라크인들에게 미군에 맞서 자폭공격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개전 직전 TV 회견에서 이라크가 침략군에 대항해 자살공격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브리 장관은 "우리는 모든 유형의 전쟁을 준비해왔다"면서 "지난 몇달간 수만명이 미군에 맞서 `순교'를 감행하겠다며 자원해왔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 난민촌에서 수십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라크의 저항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 국경을 통해 이라크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레바논과 이집트 출신자들도 들어있으며 대부분 바스당 당원들이라고 팔레스타인 언론들이 전했다.
특히 개전 이후 아랍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연일 벌어지는 반전시위에서도 "지하드(聖戰)"를 외치는 구호가 압도적이었다. 지하드는 침략군에 대한 광범위한 의미의 저항이지만 순교를 함축하고 있다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세계 초강국인 미국에 맞서 홀로 싸워야 하는 이라크로선 게릴라 전술외에 달리 구사할 선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