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질병의 역사

 

 

 

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와 함께 한다. 질병이 하나의 문명을 파멸로 몰아넣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문명의 싹을 튀우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쇠퇴가 아테네를 휩쓸 역병때문이고 로마제국의 멸망을 앞당긴것도 페스트와 천연두라는 당시로서는 전대미문의 괴질때문이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중세 유렵을 휩쓸 페스트가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죽게 했다거나 남미대륙의 아스텍 왕국의 스페인 원정대에 의해 멸망한것도 천연두라는 질병때문이었다니 문명과 질병의 관계를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수 있다.

 

하긴 주라기 시대 지구상에 생존했던 공룡화석에서 조차 뇌막염을 앓았던 흔적이 발견되고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나병이나 말라리아 같은 병원균이 발견됐다니 어쩌면 질병은 지구의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자연의 역리(逆理)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이제 질병은 인간에 의해 대부분 극복되어 가고 있다. 페니실린의 발명은 의학사의 한 획이다. 모든 병원균은 페니실린 한 방으로 거뜬히 박멸할수 있을것으로 믿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신이 내린 천별로 규정된 발견하지 못한 인류 최대의 재앙이다. 그런데 그 에이즈가 출현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는 또 하나의 괴질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름하여 '급성 호흡기 증후군'으로 불리우는 이 괴질은 지난해 11월 중국남부의 광동성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침을 통반한 감기증상 비슷하게 보이는 이 괴질은 지금 홍콩·싱가포르·태국을 거쳐 유럽으로, 미국·캐나다등 전세계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환자수가 15개국에 1천5백명을 넘고 사망자도 56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를 여행한 사람가운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병원체를 옮기는 숙주가 무엇이냐를 아직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으로만 보일뿐 마땅한 치료제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전쟁이 한판이다. 그러나 그것은 바다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일수 있다. 괴질은 다르다. 언제 어떻게 우리 주변에 침투할지 알수 없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문명을 부끄럽게 하는 신종 괴질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