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밤(현지시간) 이라크 포로들이 구금돼 있는 미군 베이스 캠프내의 수용시설에 갈 수 있었다.
포로들이 미군에 붙잡힌 것은 30일 밤이었지만 첫 날은 미군 당국의 조사 때문에 근접할 수 없었고 이틀째 밤에야 이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날 포로들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떼던 마크 호튼 대위는 계속되는 요청에 그들이 있는 장소를 알려줬다.
단 낮에는 포로들이 신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볼 수 없고 밤에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벤 수퍼 상병과 함께 야간 기동용 미니 지프를 타고 `제101공중강습사단(AAD) 제1전투여단(BCT) 적병 구금시설'로 향했다. 미군들이 `EPWA(Enemey Prisonors of War Area)'라고 부르는 곳이다.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캄캄한 밤 길을 야간 투시경에만 의존한 채 찾아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사막길 사이로 여기저기를 헤메다 캠프 맨서쪽 끝 외진 곳의 철조망이 투시경 속에 들어왔다. 탱크와 장갑차를 사이에 두고 중무장한 4-5명의 초병들이 보였고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차량 라이트를 통해 비치는 모습이 한 눈에도 이 곳이 수용시설 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초병은 대뜸 `어딜 가느냐'고 수퍼 상병에게 물었다. 기자와 함께 포로들을 보러 간다고 수퍼 상병이 대답하자 책임자처럼 보이는 한 장교가 한참 있다 나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길을 열어줬다. 포로들에게 가까이 가지 말고 식별 가능한 사진도 찍지 말라는 조건이 붙었다.
철조망 사이를 통과해 좁은 길을 달려 3-4분 달리자 포로들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조망 속에 마치 동물원의 맹수 우리처럼 철망을 친 30평 남짓한 공간에 10여명의 이라크 군인 같은 사람들이 등을 돌린 채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앉아있었다.
손에는 수갑을 찼지만 포승을 묶지는 않았고 족쇄 같은 것도 없는 듯 했다. 머리에는 붉은 색 체스판 무늬 터번 같은 두건을 치렁치렁 둘렀고 옷은 온통 검은 색 계통 일색이었다. 자세히 보니 군청색 군복같은 옷을 입은 자도 있고 그냥 이슬람 의상 간편복 스타일의 민간 복장을 한 이도 있었다.
이들 중 반쯤은 군인으로 보이고 반은 민간인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민병대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모두 턱수염이 더부룩했고 한결같이 고개를 떨군 모습이었다.
그때 아랍어를 하는 미군 통역이 나타나자 포로들이 너나 할 것없이 일어서 아랍어로 뭔가를 떠들어댔다. 날씨가 추워 담요를 더 갖다 달라는 요구사항이라고 통역을 하는 하사관은 설명했다. 포로들 주변에는 쿠웨이트산 `나다' 생수병이 흩어져 있고 미군 식량(MRE) 봉지도 몇 개 보였다. 미군은 음식과 물, 담요 몇 장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수용시설을 지키는 한 병사는 "이들이 곧 후방기지로 이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수용시설이지 건물이 아니라 맨 땅에 철망만 친 노천이기 때문에 포로들이 오래 견딜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 포로들은 전날 이 곳 미군 병사 1명이 숨진 교전상황에서 붙잡힌 이라크 군인들이고 소속은 분명하지 않다고 미군 측은 전했다. 압수된 무기는 낡고 조잡한 소총 몇 자루와 얼마 안되는 탄약이 고작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보아 이들이 미군에게 위협이 될 만한 화력을 보유하거나 잔혹한 테러를 저지를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미군 측은 제네바 협약에 따라 포로들을 처리할 것이며 최대한 인도적인 처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캠프에 갇혀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특별히 두려워하는 모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밤에 부는 매서운 사막바람을 견디기는 힘들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