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가 어린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맺힌 봉오리가 미쳐 피지 못하고 비명으로 유명을 달리한 천안초등학교 축구 꿈나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모든 유가족님! 큰 슬픔을 같이 하시는 모든 님!

엄청난 슬픈 소식을 접하고 내 일처럼, 내 잘못으로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 자책감으로 몇날 밤을 지샜습니다.

 

 

땅을 치며 통곡한들 돌이킬 수 없으니 어이하면 좋겠습니까?

우리 학교도 천안초등학교와 똑같이 축구부를 운영하고 있기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더 크게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한들 유가족님들의 오열하는 그 큰 슬픔에 윙로가 되겠습니까?

 

 

그래도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같이하기 위해 본교의 축구선수를 비롯한 지도자 모두는 검은 리본을 달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잊으라해서 잊히오리까만 그 아픈 상처가 빨리 아물어 지기를 간곡히 빌고 또 빌어드립니다.

 

 

유가족님! 큰 슬픔을 같이하시는 모든 님!

이곳 전주에서는 얼마전, 유명을 달리한 여러분의 자녀와 똑같은 우리학교 축구선수들이 전국소년체전 선발전 결승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검은 리본을 달고 말입니다.

 

 

아마도 그런 비극이 없었다면 비명으로 간 우리 제자들도 그곳에서 우리와 똑같은 대회에서 힘차게 뛰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너무 슬픔이 복받쳐 가슴이 미어집니다.

우리학교 선수들이 우승을 하여 전국소체에 출전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기쁨의 환호도 크게 외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날은 아니었습니다.

둥그렇게 빙 둘러서서 비명에 먼저 간 친구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우승의 기쁨을 대신했습니다.

 

 

우리가 받은 영광을 그 친구들의 영전에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축구 꿈나무들아!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꿈, 저승에서라도 꼭 이루거라.

살아있는 너희의 교장선생으로서 이말 밖에 더 할 말이 없구나.

이곳에 있는 너희 친구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전한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거라.

 

 

/한상기(전주삼천남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