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농촌은 어디로 가고 있소?”한끼 쌀값이면 껌한통값도 안되는 세상에, 그것도 우리 쌀값이 국제시세보다 네다섯배나 비싸다고 투정하는 마당에, 농촌에 무슨 장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을 앞두고 요즘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만약 다가오는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지 못한다면 농민의 주소득원인 쌀농사는 조종을 울리고, 농촌은 급속도로 해체단계에 접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DDA협상이 아니더라도 농업은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무역으로 먹고 살기 때문에 비교우위론이 어떻고 투자우선순위가 어떻다면서 농업을 교역대상 정도로 취급하는 나라인데, 농업이 '생명산업'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나마 농촌을 이만큼이라도 지탱해 온 것은 평생 허리 한번 제ㅐㄷ로 펴보지 못하고 살아온 노인세대들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농촌은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 어렵게 농촌을 지켜온 노인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데, 희망이 없는 농촌에 돌아올 청년은 없고,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농촌 붕괴는 이제 시간문제다.
농촌이 이지경까지 몰린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국내외의 농업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농업 관련 법이나 정책은 게걸음으로 일관했다. 농경문화사회때 만든 법률이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서 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니 외부 자본이 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되고, 따라서 농촌은 낙후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렸다.
농업 관련 악법이 한둘이 아니지만 대표적인 것이 헌번 제121조에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제도의 금지'조항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잇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농민만 농업을 해야 한다니, 또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나 다름없는 소작금지 제도를 계속 지키라니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농지법을 천형처럼 안고 산다고 한탄하지 않는가.
정부가 '농지거래와 소유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새 농지제도의 틀을 짜기 위해 연구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고 한국적 여건에 맞는 농지법을 제정하여 농민들의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