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이념 바뀌는 북한 사회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지배이념이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사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사회의 이념의 대체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전쟁위협에 대처하려는 명분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동안 김일성 주석의 '유훈통치' 그늘에 머물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카리스마를 강화시켜 명실상부한  '수령'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된다.

 

북한 당국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매체를 앞세워 주체사상에서 선군사상으로 지배이념이 바뀌고 있음을 주민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원장 추대 10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정론에서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우리 민족은 국방을 최대국사로 들고 국방력을 강화하고 정당방위 사업을 보다 강ㆍ위력하게 해 나갈 것"이라며 "국방은 정치와 경제, 군사와 문화, 외교, 사회생활 등 생활영역 전반에 비끼는(내재한) 거대한 창조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사탕알도 있어야 하지만 우리 민족의 운명을 지켜주고 개척해 나가기 위한 탱크나 대포는 그보다 더 귀중하다"면서 북한을 '선군대국', 북한주민은 '선군민족'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7일에는 선군사상이 김 주석의 주체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도 이 사상이 '미래중시의 정치'라며 주체사상과 차별화를 꾀했다.

 

신문은 "지난 시기에는 노동계급을 내세우는 것이 사회주의 정치의 어길 수 없는 공식처럼 인정되어 왔으나 한 세기 반전에 나온 이론과 공식이 오늘의 현실에 맞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2일에는 "혁명의 주력군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고정불변한 것으로 될 수 없으며 계급관계에 기초해서만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라면서 혁명의 주도세력이 정통 사회주의 이론인 노동계급에서 선군사상의 핵심인 군대로 옮겨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은 선군정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논설에서 "사회의 어느 계급이나 계층, 또는 어느 사회적 집단이 혁명의 주력군으로 되는가 하는 것은 그가 혁명과 건설에 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의하여 규정된다"면서 "제국주의의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오늘 혁명군대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은 노동계급도, 다른 어느 사회적 집단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신문은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선군사상을 체질화하는 `선군혁명동지'가 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념의 대체 작업에는 문예물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선군정치를 주제로 삼은 장편소설 `총대'와 함께 조선인민군 공훈합창단에서 지난 2월 창작, 발표한 '선군 장정의 길'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방송들은 특히 `선군의 닻은 올랐다' 등 6곡의 합창으로 구성된 '선군 장정의 길'에 대해 "선군시대 혁명 군가의 대 걸작"이라고 찬양했다.

 

북한사회를 50여 년 이상 지배해온 주체사상을 아직 이론적 배경이나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평가 되는 선군사상으로 대체하려는 북한당국의 정책이 갈등과 혼란 없이 마무리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