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영화 촬영지 관광

 

 

영화나 TV드라마가 주는 감동은 여러가지다.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일수록 그 감동은 더하다. 배우들의 열연이나 주제곡, 줄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배경이 되는 촬영장소는 두고두고 추억거리가 된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팩의 명연기는 영화 팬이라면 평생을 두고 못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로맨스를 꽃피우는 '트레비분수'를 어찌 잊을까. 햄포리보카스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열연한 '카사블랑카'는 또 어떤가. 이 영화가 없었다면 아프리카 대륙 북쪽의 모로코라는 나라를 사람들이 얼마나 알수 있었을까.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모정(慕情)의 촬영지는 홍콩과 마카오였다. 지금도 밀리엄 홀덴과 체니퍼 존스의 애절한 사랑이 싹을 틔운 그 현장에서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은 깊은 향수를 느낀다.

 

굳이 외국의 예 뿐이랴. TV드라마 '모래시계'의 배경이 됐던 강원도 정동진, 영화 '친구'의 부산 자갈치 시장, '서편제'의 청산도 풍경은 지금도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이곳들은 지금 모두 관광지로 탈바꿈하여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해당 지자체의 발빠른 홍보전략도 한 몫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유치하는등 영상관련 산업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결과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올인'의 배경이 된 제주도 '섭지코지'가 새로운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한다. 사실 제주에서 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적한 해변이 섭지코지다. 그런데도 드라마 한편으로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됐으니 부러운 일이다.

 

도내에도 근래 들어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을 내는 곳이 적지 않다. 부안에서 TV드라마 '태양인 이제마'를 찍었고 전주에서는 '이것이 법이다'라는 영화를 촬영했다. '용의 눈물'을 경기전에서 촬영하기도했다. 그러나 '용의 눈물'을 빼고 둘 다 시청률이나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해 별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아쉬운 것은 그런 촬영지를 체계적으로 묶어 테마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정책 마인드의 부재다. 임실군 덕치면의 구담마을이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였다는 사실 조차 최근에야 알려질 정도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그것도 제작진이 촬영기념비를 세운 뒤의 일이라니 한심스럽다. 이러고도 과연 관광진흥이란 말을 입에 올릴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