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흥보와 흥부

 

 

매사에 세심한 사람들은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 때는 의외의 질문을 하기도 한다. 흥부, 놀부라는 이름에 관한 것도 그런 것 중의 하나였다.

 

왜 '흥보가'라고 하면서 '흥부전'이라는 명칭도 같이 쓰느냐는 것이었다. '흥보가'는 분명히 주인공 이름에 '가'자를 붙인 것일 텐데, 왜 '흥부전'이라고 쓰는가. '흥보가'라는 명칭이 맞다면, '흥보' '놀보'라고 해야지, 왜 '흥부' '놀부'라고도 하는가. 과연 어떤 것이 맞는가.

 

판소리를 일컬을 때는 '흥보가'라고 하고, 소설을 일컬을 때는 대개 '흥부전'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와 '∼전'으로 판소리와 소설을 우선 구별하는 것이다. 그래도 소설이 되었건 판소리가 되었건 주인공 이름은 같을 것인데, '흥보'와 '흥부' 두 가지 형태로 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말에서 '∼보'는 동사 뒤에 붙어서, 그것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명사로 만들어주는 접미사이다. '울보'는 '잘 우는 사람', '먹보'는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 '떼보'는 '떼를 잘 쓰는 사람'이다. 흥보 놀보는 이처럼 '흥'과 '놀'에 '보' 자가 붙어서 된 말이다. 그런데 한자에서 '부(夫)' 자 또한 다른 낱말과 만나서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을 지닌 말이 된다. 농부, 어부, 광부 등이 그런 말이다.

 

문제는 '흥보'와 '놀부'에서 '흥'은 한자말이고, '놀'은 우리말이라는 데서 발생한다. 그러니까 '놀'에는 '보'가 붙는 것이 잘 어울리고, '흥'에는 '부'가 붙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둘은 형제라서 끝 글자가 같은 것이 좋다. 이름을 지을 때 우리는 돌림자라 해서 형제간에는 같은 글자를 쓰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이름 끝에 같은 글자를 쓰려고 하니, '보'나 '부'나 완전하지가 않다. 그러니까 '흥보'로도 쓰고, '흥부'로도 쓰게 되었다. 그렇지만 대체로 말 중심인 판소리에서는 순수 우리말인 '보'를 써서 '흥보가'라 하게 되고, 기록 중심인 소설에서는 한자 '부'를 써서 '흥부가'라고 쓰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차이를 결정적인 것으로 만든 것은 무형문화재 지정이었다. 1964년 무형문화재 제도가 도입되어 무형문화재 지정을 할 때 하필이면 '흥보가'로 지정하였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판소리이기 때문에 순수 우리말을 존중한다는 뜻에서 그리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흥보가'로 지정이 되고 나서는 모두 '흥보가'로 부르게 되었다. 또 그렇게 부르는 것이 옳다. 한 번 문화재의 명칭으로 정해진 뒤로는 '박타령'같은 명칭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최동현(군산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