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현장의 많은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은 전교조의 활동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교직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투쟁방식에는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제는 투쟁하는 교사가 아닌 따뜻한 가슴을 가진 교사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예산 보성초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면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우리 교단에는 여전히 관리자와 교사사이의 반목과 불신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교직사회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론 무엇보다도 전교조의 활동방식에 일대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잠깐 시계바늘을 90년대 초반으로 돌려보자. 그 당시 민주화운동이 대부분 그렇듯이 교원노조 활동 역시 "죽기 아니면 살기", 또는 "투쟁이냐 패배냐의 이분법적 수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우리는 그들의 이러한 투쟁에 박수를 보내왔으며 그들이 이제까지 우리나라 교육민주화와 개혁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에 당시 노조활동의 핵심 인사들은 그들의 사회적 공과가 인정되어 지금은 교육위원으로 진출하거나 교육감후보로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적 변화를 감안할 때 과거 그들의 투쟁 방법론과 지향이 현재의 상황에서도 과연 옳으냐 아니면 여전히 적실성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부분은 논의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즉, 현재의 상황은 과거의 암울했던 때에 비하면 누가 뭐래도 상대적으로 교단의 민주화가 이루었고 교원노조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이제 그들의 운동방법과 주장하는 정치적 목표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시대 부합적이며 미래 지향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투쟁이니 탄압이니 패배니 하는 등의 해묵은 이분론적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젠 그 지긋지긋한 자기만의 정의독점주의를 버려야 한다.
예컨대 내가 옳으면 상대방도 옳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교육가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본다.
전교조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역시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교원단체이다. 따라서 이번 예산 보성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그들이 외치고자 했던 것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냉철하게 고심하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성환(한국교원노조 전북본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