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근무시간 단축따른 충격 준비됐나

 

 

 

얼마 전,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글을 쓴 필자에게 평소 알고 지내는 원로 한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분의 말씀요지는 왜 '주5일 근무제'이냐?, 휴무일의 증가에 의미를 둔 '주휴(週休) 2일제'라고 하면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지만, 실제 '주5일 근무제'와 '주휴 2일제' 모두 정확한 표현이 아니며, 정확하게는 '근로시간의 단축'이라고 말씀드린바 있다.

 

 

근무일수 축소 더 큰 의미부여

 

 

즉, 외환위기이후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통한 고용안정을 위해「노동기준법」제49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 근무시간을 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고자 하는 것이지, 근무일수를 일주일에 5일로 법제화하거나 휴무일수를 일주일에 2일로 법제화하자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49조 제2항의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하루 최장 8시간의 근무를 전제로 할 때 일주간 40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은 자연히 주5일 근무제가 되기 쉬운 까닭에 '주5일 근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시각은 정확한 의미인 근로시간의 단축보다는 근무일수축소의 가능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저공(狙公)의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속담을 인용,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7곱 개의 도토리라도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 주는 것보다 아침에 4개 주고 저녁에 3개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듯이, 휴뮤일증가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주휴 2일제'라는 용어도 공식화된 제도적 용어로 사용하기는 어려울지는 몰라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미국시민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단어중의 하나가 'TGIF(Thank God it's Friday')이다 - 유명한 미국의 레스토랑인 TGIF도 이 TGIF를 모방한 것임. 다만 G.가 'God'이 아니라 'Goodness'임-.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고마워라 금요일이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무의 마침을 고마워하는 것인지, 휴일의 시작을 즐거워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생활에도 곧 이 'TGIF!'라는 외침이  일상화될 것임이 분명하다. 작금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여가관련 상품의 판매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는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본 지면을 빌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정확한 용어의 사용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충격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해방 후 37년간이나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여 온 '야간통행금지의 해제'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변화를 가져 왔으며, 또한 야간통행금지의 해제가 가져 올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지 못함으로 해서 발생한 많은 사회적 혼란 - 하나의 예로서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한 퇴폐·향락적인 심야문화의 - 도 기억할 것이다.

 

 

야간 통금해제보다 더 큰 변화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과 이에 따른 근무일수의 축소는 21년 전의 야간통행금지의 해제가 가져 온 사회적 변화보다도 훨씬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다. 필자가 관심을 갖는 도시공간변화와 관련하여서도 원거리 교통의 확대,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의 집중과 교외지역의 발달, 쇼핑의 원거리화와 주말에의 집중, 교외지역으로의 업무공간 이전 등의 변화가 예견된다.

 

 

더욱 큰 문제는 근무시간의 단축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이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삶의 질의 격차확대, 사교육비의 증가와 청소년의 탈선우려, 가족해체 등 탈 가족주의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이제 주5일 근무제 내지 주휴 2일제의 전면적 실시와 함께 TGIF가 우리의 생활철학으로 자리잡게 될 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점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충격에 대한 준비, 특히 부정적인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뛰기 전에 살펴 보라!

 

 

/이양재(원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