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사랑의 방정식

 

 

 

"내게 시간이 허락된다면 나는 나의 문제와 내 병을 내 스스로 고칠 자신이 있어."

 

 

작년 초에 개봉되었던 영화 "Beautiful Mind"의 주인공 존 내쉬가 그의 아내와 그의 치료를 맡은 의사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대학생 때 이미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이론을 뒤집으며 학계를 놀라게 하고 연속되는 출세의 행진으로 어린 나이에 미국 최고 암호전문가가 된 그는 뜻하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수-논리로 풀수없는 걸 찾았다"

 

 

바로 그것은 자신은 천재라는 사실, 그러기에 항상 뭔가 달라야 된다는 그의 강박관념이 '자신이 세계를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라는 과대망상증과 정신분열증에 걸리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그동안의 정황과 그 결과로 자신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고장이 나 있다.'라는 것을 수긍하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병이 어디서부터 고장 나 있는지를 그가 신봉하는 수의 논리로 풀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도 그럴 만큼  그는 '사물에 가치를 매기길 좋아하고 행운을 믿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이 자신을 성공시켰다는 듯이 그로 인해 비롯된 자신의 병도 고칠 수 있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담당의사는 책상을 치면서 바로 그런 생각과 머리로부터 병이 비롯된다고 정확하게 지적해 준다. 

 

 

자신의 능력만이 자신을 세워줄 수 있는 토대라고 생각했던 그의 자신감이 전에는 천재이기에 과연 그럴 수 있다고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이미 삼각한 병에 걸려있는 그의 모습에서 비롯되는 그의 말 속에는 스스로 자신을 들어올리는 신의 위치에 서려다 그 정반대의 나락으로 떨어진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어쩌면 사물의 가치를 매기기 좋아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그 자신마저도 가치를 그렇게 매겨왔던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최고의 가치를 매겼다가, 최하의 가치를 매겨야 되는 그 심정은 어떠할까? 적어도 거기에서 그는 냉정할 수가 없었고, 거기에서 외로움과 슬픔 속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2.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의 능력의 토대 위에 세웠던 존 내쉬의 자력신앙, 그래서 비참한 외로움과 고독에 빠진 그에게 유일하게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아내 알리샤는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뭐가 현실인지 알고 싶어?" 그리고 그의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이 느낌,  이것이 바로 현실이야. 당신이 꿈에서 깨어나는 지름길은 어쩌면 거기-남편의 머리를 가리키며-가 아닌 여기-자신의 가슴에 손을 남편의 손을 얹으며-에 있어. 나는 기적을 믿어."라고 말한다.

 

 

결국 그런 아내의 항구한 노력에 의해서 존 내쉬는 그의 병으로부터 벗어나서 훗날에 경제학자로서 최고의 영예인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 

 

 

수상식에서 그는 젊은 날의 모습을 상기하면서 이렇게 연설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수의 논리를 믿어왔습니다. 수에 의해서 모든 것을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논리입니까? 그러나 저는 이제 와서 수나 논리로 풀 수 없는 신비한 사랑의 방정식을 찾았다"면서 그는 모든 영광을, 그리고 그가 살아있는 이유를 그의 아내의 사랑 안에서 찾았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머리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그래서 약간은 더듬거리는 말로 그의 아내에게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요,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고백한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진정 필요한 것은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는 현저히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그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현실,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이제 인간은 신의 영역이라고 하는 신성한 곳까지도 점령해 나간다는 자신감과 거기서 비롯되는 실험정신 속에 우리가 진정 얻어가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일까?

 

 

기적과 행운을 믿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지푸라기 잡는 심정'일 뿐 이제 신의 영역은 앞으로 분석되어져야 할 과제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 속에 우리 안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젊은 날 존 내쉬의 오만과 객기가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의 내면은 행복한가?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존 내쉬가 깨달았던 "사랑의 방정식"이 아닐까?

 

 

/서석희(신부, 가톨릭 전주교구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