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발기불능은 아니지만 성욕이 강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영부인 마르타 사군 여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면 그녀가 정말 관심 있는 것은 남편과 하는 잠자리보다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가 센 이른바 바지를 입은 여자다."
이는 최근 멕시코 서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아르헨티나 작가 올가 워르나트가 펴낸 사군 여사의 전기 '라 헤파(여성 보스)'에 나오는 일부 내용이다.
'폭스의 부인 마르타 사군의 공적 활동과 사생활'이란 부제목을 가진 이 책은 폭스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 공보 비서 출신으로 폭스 대통령의 취임 이듬해인 2001년 7월 전격적으로 그와 재혼한 사군 여사를 권력의 화신으로 묘사해 멕시코 정가는 물론 일반 시민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폭스 대통령의 부부의 알려지지 않은 결혼 비사를 비롯해 가족들간 계략, 섹스, 권력 남용, 심지어 주술 등이 이 전기의 주요 키워드(핵심단어)다.
판매되자마자 동네 조그만 서점 진열대에도 대거 나온 이 책은 언론의 카메라가 앞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인데도 폭스 대통령은 등을 돌린 채 돌아서가고 있고, 반면 사군 여사는 윙크를 하며 요염한 모습으로 손동작을 보내는 묘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책표지로 하면서 예사롭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작가 워르나트는 사군 여사 자신은 물론 대통령 부부 측근들과 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여 쓴 이 책에서 사군 여사의 특징을 자기 주장을 확실히 펼치는 '여성 보스'로 묘사한다. 이 책은 특히 사군 여사를 끊임 없는 정치적 야망으로 가득찬 채 "메시아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으로 매진하는, 권력에 굶주린 인물로 묘사한다.
작가는 또 사군 여사가 생각 이상으로 멕시코 정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힌다. 워르나트는 최근 스페인 EFE 통신 회견에서 "폭스 대통령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곧 내릴 결정은 모두 사군 여사와 상의한다"면서 더욱이 폭스 대통령은 아내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폭스 대통령 어머니도 며느리될 사군 여사에 대해 자신의 야망을 결혼 관계보다 소중히 할 여자라고 평가하며, 이들의 결혼생활이 폭스 대통령의 6년 임기 이상으로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워르나트는 덧붙였다.
워르나트는 또 사군 여사가 성모로 칭송되는 아르헨의 전설적 영부인 에비타(에바 페론)를 꿈꿨지만 그녀의 진짜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군 여사는 결국에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두번째 부인 에비타보다는 페론의 세번째 부인으로 1974년 3선 당선 후 얼마 뒤 숨진 페론을 승계해 대통령이 된 이사벨리타 페론을 닮을 가능성이 있다고 워르나트는 말했다.
특히 워르나트는 사군 여사가 계략과 언쟁이 그칠지 모르는 가족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그녀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다면 그녀가 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그녀의 강인한 성격에 혀를 내둘렀다. 사군 여사는 이번 전기를 위한 인터뷰에 임하면서도 절대 압력을 가하지 않는 등 대통령 공보비서 출신으로서 언론에 대한 처세가 돋보인다고 워르나트는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전기가 출간되기 전인 지난주 사군 여사는 이 책을 의식해서인지 "우리는 위대한 열망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곧 우리 가족은 매우 부당한 비판과 모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겠다"고 심정의 일단을 내비쳤다고 EFE 통신이 전했다.
워르나트는 99년과 2000년에 각각 출간한 카를로스 사울 메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에 대한 전기 두편에서 미스 유니버스와 한 재혼 등을 들추어내 메넴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든 작가로 유명하다.
한편 최근 멕시코 시사잡지 프로세소는 '라파엘 로레트 데 몰라'라는 이름의 멕시코 작가가 사군 여사를 대통령 당선자로 설정해 픽션과 사실을 가미한 저서 '마르타'(사군 여사의 이름)란 책을 곧 출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